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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성장세 둔화가 예상보다 클 경우 금리인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리 인하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란 평가다.
8명중 2명, “연내동결→인하” 전망변경
이데일리가 지난달 31일 실시한 한국은행 기준금리 전망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8명 중 2명이 연내 동결에서 금리 인하로 전망을 수정했다. 1명은 금리인하로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말 설문조사는 설문 응답자 11명 중 동결이 9명, 하반기 인상이 2명이었다.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여파에 지난 22일 미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한데 이어 27일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올 하반기 경기부양 수단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 연내 동결에서 하반기 인하로 수정하면서 “미국이 통화정책 방향을 급격하게 틀면서 한국이나 신흥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자연스럽게 앞당겨질 것”이라며 “국내도 재정여력이 바닥을 드러나는 7월 이후 금리인하가 적극적으로 공론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기존 전망(연내 동결) 유지 중이지만, 4분기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유로존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중국경기 회복세도 지연되고 있으며 국내 경기도 반도체경기와 수출·설비투자가 부진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아직까지는 연내동결 전망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국내 경제성장 전망치가 여전히 2% 중반대에서 악화하지 않고 있어서다.
가계부채 누적으로 인한 금융불균형 우려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부문파트장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윤 파트장은 “유럽의 일부 지표가 부진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유럽, 중국, 미국까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한은까지 (금리인하를) 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국내성장이 예상보다 크게 나빠질 경우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있으나 아직 2% 중반대 성장전망이 유지되고 있다”며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장·단기금리 역전, “이번엔 침체 신호 아냐”
최근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간의 금리가 역전한 것을 두고는, 전문가 모두가 “침체 신호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경기 둔화 신호는 맞지만, 연준 등이 제때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쓰면 경기 침체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미선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은 경기침체 위험이 클 때만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를 막으려고 인하하기도 한다”며 “연준이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를 말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됐지만, 본래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역전되지 않았고. 5년물과 10년물, 10년물과 30년물 금리 역시 마찬가지”라며 “우려할 만한 상황이긴 하지만 경기침체의 전조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