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트럼프에 '반기'..제2의 존 켈리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

매티스·틸러슨·콘 등 ‘트럼프 디아스포라’ 여전히 침묵
反트럼프 진영 "그때는 뭐하고 인제 와서 변명하나"
트럼프 보복 두렵나…'사적 영역'까지 까발려 창피 줘
  • 등록 2020-02-16 오전 4:16:46

    수정 2020-02-16 오후 7:30:08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정은이 미국을 갖고 놀았다” “빈드먼 중령은 자신의 일을 수행했을 뿐이다”

존 켈리(69) 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저녁 뉴저지주(州) 드루대학교에서 진행한 공개 강연에서다. 75분간의 연설·질의응답을 통해 내뱉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대북(對北)정책을 비롯해 반(反)이민정책,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그에 따른 인사보복, 적대적 대 언론정책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총망라됐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자, 재임 당시 ‘백악관의 맏형’으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던 만큼, 미 언론들도 그의 ‘입’에 크게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트럼프 디아스포라’(트럼프 곁에 있다가 흩어진 사람들·diaspora)의 도미노 ‘폭로’가 가시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선 더는 ‘제2의 켈리’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왜 이런 분석이 나오는 걸까.

켈리, 탄핵정국 계기 ‘트럼프 비판’으로 돌아서

켈리가 대중(大衆)을 향해 마이크를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월2일 공식 퇴임한 후에도 종종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만은 삼갔다.

그런 그를 움직인 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따른 탄핵정국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8일 켈리는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서 진행한 한 강연에서 존 볼턴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에 대해 “솔직하고 위대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미 상원의 탄핵심판에 이 스캔들의 내막을 꿰뚫고 있는 볼턴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당시 어떻게든 볼턴의 증인채택을 막으려는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켈리는 이날 강연에서도 우크라 스캔들에 대해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수사를 요구한 건 불법적 명령”이라고 했고, 탄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불리한 증언을 했다가 좌천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에 대해선 “우리는 불법적 명령을 따르지 말라고 가르쳐왔다. 그런 명령을 받으면 문제를 제기하고 상관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빈드먼은 지난 7일 백악관 NSC 파견이 강제 종료됐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김정은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등의 발언으로 트럼프 대북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켈리는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소속 에드워드 갤러거 중사 사건과 관련, “최고사령관(대통령)이 이 문제에 개입한 건 명백한 잘못”이라고 트럼프를 정조준했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 10대 포로의 시신 옆에서 사진을 찍어 군의 명예를 실추한 갤러거 중사에 대해 징계 절차를 강행하려 한 리차드 스펜서 해군장관을 경질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AFP
◇‘변명만 늘어놔’ 지적도…트럼프 보복도 ‘한 몫’


그러나 켈리의 이런 모습도 트럼프 반대자들에겐 일종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걸까.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여성은 멕시코 국경을 넘은 불법이민자들을 격리한 “시설에서 죽어가는 이민자 아이들에게 속죄할 계획이 있느냐”며 켈리에 대한 적대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켈리는 비서실장 재임 전 트럼프 행정부 반이민정책의 최전선에 섰던 국토안보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의 금지 판결과 아동학대라는 비난 여론에 중단됐지만,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가족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해 수용하는 ‘가족 분리’ 정책을 편 적이 있는데, 그 선봉에 섰던 인물이 바로 켈리였다. 즉, ‘그때는 왜 제지하지 못했고, 인제 와서 변명만 늘어놓느냐’는 게 이 여성의 비판 취지였던 셈이다.

실제 나머지 디아스포라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이런 비판을 감당하기 어려워서일 수 있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지난 9월 책 ‘콜 사인 혼돈: 리드하는 법을 배우다’ 출간을 앞두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방침에 큰 우려를 내비친 바 있지만, 거기까지였다. 당시 매티스는 미 외교협회(CFR) 리차드 하스 회장과의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적 이견으로 행정부를 떠났다고 해도, 그런 걸 밖에서 언급하는 건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고 했다. 한때 트럼프를 ‘멍청이’로 불러 화제를 모았던 틸러슨 전 국무장관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관세정책에 반발해 백악관을 떠난 게리 콘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공개 발언을 자주 하곤 하지만, 관세정책 외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적은 없다.

디아스포라들이 자신의 속살, 즉 사적인 영역까지 까발리는 트럼프 특유의 이른바 ‘무차별적 폭로성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이날 켈리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 분노의 트윗은 단순한 반격에 그치지 않았다.

“켈리의 아내가 나를 따로 만나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대통령을 아주 존경하며 대통령에 대해 잘 얘기할 것’이라고. 그러나 켈리 아내의 말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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