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 싹 잘라놓고 법원 판결까지 비판...반성은 왜 없나

  • 등록 2023-06-14 오전 5:00:00

    수정 2023-06-14 오전 5:00:00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입법에 앞장섰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원내대표)이 그제 “오늘도 모빌리티혁신법은 달리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A4 용지 12장짜리 입장문을 의원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대법원이 지난 1일 타다 전직 경영인의 불법 택시 영업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린 후 정치가 혁신을 죽였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당 내부에서도 반성이 잇따르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박 의원의 입장문은 그러나 자기 변명으로 일관한 대목이 적지 않아 반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는 “모빌리티 혁신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티, 타다 넥스트의 귀환 등을 들었다. 하지만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 업계의 반박이다. 타다금지법이 신규 모빌리티업체에 택시 면허를 사게 해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창업가나 청년들이 뛰어들기 힘든 영역이 됐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또 플랫폼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독주로 대기업 점유율만 더 높아졌다는 업계 지적과 딴판이다.

박 의원은 “원내 지도부까지 나서서 ‘타다 반성문’을 언급해 당혹스럽다”며 내부로도 화살을 날렸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혁신 노력이 폄훼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원내 대표가 최근 “타다의 승소가 국회 패소라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반성의 뜻을 밝힌 데 대한 불쾌감이다. 170여만 이용자의 편의를 외면하고 타다 기사 1만 2000여명의 생계를 망친 데 앞장선 장본인이 ‘혁신’을 운운한다니 이런 몰염치를 어떻게 봐야 하나. 타다금지법 통과(2020년 3월)직전 여론 조사에서 77%가 법을 반대했지만 여야가 표심을 잡기 위해 밀어붙인 사실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타다금지법은 박 의원이 모든 비난을 감당해야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성은커녕 반박과 자기합리화로 맞선다면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혁신을 아예 거부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법령 문구만 협소하게 해석해 인용했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비판했지만 민심을 존중하고 민생을 고민한다면 이제라도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야 옳다. 여야 청년 정치인들이 타다금지법 폐지와 규제개혁에 힘을 합치겠다며 나선 사실을 주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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