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반으로 미뤄진 韓 금리 인하…'대외 눈치보기'[금통위폴]②

전문가 13명 전원, 만장일치 금리 동결 전망
글로벌은 고금리 장기화인데 韓은 고령화로 중립금리 하향
美 연준 고금리 장기화하는데 韓이 먼저 금리 내릴 수 있나 의문
이창용 "교과서에선 변동환율제서 독립적 통화정책 가능한데"…현실은 달라
美 연준이 금리 인하 만지작해야 '韓도 내린다' 전망 우세
  • 등록 2023-10-16 오전 5:02:00

    수정 2023-10-16 오전 5:02: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할 전망이다. 빠르게 꺾이지 않는 물가,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여지가 남아 있다. 유가는 국내 경기·물가 뿐 아니라 환율 등을 뒤흔들 최대 변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 한 고금리 장기화 논쟁도 부담이다. 중동 분쟁, 연준 통화긴축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 환율 급등·자본유출 우려는 한은이 국내 상황만 보고 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대표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불과 두 달 만에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모두 접고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중반께로 연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중동분쟁이 또 다른 안개, 자동차는 멈춘다’


15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19일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2월, 4월, 5월, 7월, 8월에 이은 여섯 번째 금리 동결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최근 불거진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국내 크레딧 시장 리스크, 어려운 국내 경제 상황, 미국 통화정책 등을 지켜보면서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만한 요인들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4%, 2.2%로 내다보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내년을 각각 1.1%, 1.9%로 더 낮게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성장 둔화는 경기 악화 요인이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9월 3.7%로 예상보다 높아졌고 더디게 둔화, 연말에도 3%대 초반을 보일 것이라고 한은은 전망했다. 그로 인해 한은의 올해 물가전망치가 3.5%에서 소폭 상향될 소지가 있지만 내년말 목표치 2%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됐다.

가계부채 역시 금융당국이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폐지, 50년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규제 강화에 나섰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여파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은행권 9월 가계대출은 4조9000억원 증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전월(5조9000억원)보다는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문제는 대외 변수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중동분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양측간 분쟁이 국지전으로 갈지, 아랍국가까지 번질지, 미국·이란까지 가세한 확장전으로 갈지 알 수 없다. 그로 인해 국제유가가 현재 배럴당 80달러 중반에서 안정됐다고 해도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국제금융협회(IIF)와의 대담을 통해 “유가는 우리나라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분쟁이 경기침체를 가속화할지, 유가 상승을 자극해 스태그플레이션(침체 속 물가 급등)으로 번질지 가늠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 불편한 ‘고금리 장기화’ 논쟁

중동 분쟁으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해졌지만 고금리 장기화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논쟁의 관건은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를 한다고 할 때 한은이 국내 변수를 더 우선 고려해 금리 인하 등 차별화된 정책을 할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먼저 내리는 시그널을 보낸 후에야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3명의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점을 대부분 내년 중반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8월 설문조사 때만 해도 일부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 인하를 점쳤으나 이러한 시각들이 전멸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보다 경기·물가 부담이 낮은 데다 부동산 구조조정 부담이 상존해 미국보다 통화 완화 필요성이 높다”면서도 “미국이 내년 7월께 금리를 인하하면 한은도 내년 3분기에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폭을 더 키우기에는 환율 급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경기 상황보다 더 높은 금리를 설정해야 해 경기를 더 빠르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이 총재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그는 IIF와 대담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끝에 가까워진 것 같다. 선진국 통화정책에 작년보다 덜 동조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교과서에선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국내 금융상황이 미 국채 금리 등에 더 많이 동조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분절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등은 물가상승률을 공급 측면에서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고 이는 미국의 견고한 경기와 함께 중립금리 상향, 고금리 장기화를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보면 저출산·고령화로 수요 둔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국내적 요인만 따지면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 모두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이 총재는 미 CNBD와의 인터뷰에서 “고금리 장기화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체제가 되고 있지만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장기 침체 요인이 상당히 높다”며 “고금리 장기화라는 글로벌 요인이 고령화에 따른 중립금리 하향을 얼마나 상쇄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박결, 손 무슨 일?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한라장사의 포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