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순 변사체로 처리됐던 유병언 씨 유해

  • 등록 2014-07-23 오전 6:00:00

    수정 2014-07-23 오전 6:00:00

세월호 참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도피 중이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끝내 변사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의 어느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그의 유해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DNA 감정에서는 물론 지문 검색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범죄혐의 여부를 떠나 극한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절박한 처지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

지난 석 달 동안 3000명에 가까운 막대한 수사 인력을 동원하고도 행방을 찾지 못하던 피의자가 느닷없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허탈하기는 하지만 일단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평소 복용하던 스쿠알렌 병과 구원파에서 사용하는 문구가 적힌 가방이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도 변사체의 신원을 짐작할 수 있다. 입고 있던 상의와 신발이 외제 명품이었다는 정황증거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경찰이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왜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는가 하는 점이다. 사인규명과 신원확인을 위한 정밀 부검을 미룬 채 그동안 현지 장례식장의 냉동실에 보관해 왔다니 어이가 없다. 도로에서는 요란하게 검문검색을 실시하고도 정작 근처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대충 처리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초동수사 미흡에 책임을 물어 순천경찰서장이 전격 직위해제됐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경의 고질적인 공조수사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유 씨의 신원확인이 통보되기 바로 전날 검찰이 6개월 기한의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받았다는 자체가 코미디감이다. “유 씨의 꼬리를 놓치지 않았으며, 검거는 시간 문제”라던 호언장담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곰곰 새겨보길 바란다.

유 씨의 사망으로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과 정·관계 로비의 실체를 밝혀내기 어렵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나머지 수사는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도피 중인 장남 대균 씨의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외국에 체류 중인 차남 혁기 씨와 장녀 섬나 씨에 대해서도 주시의 눈길을 거둬서는 안 된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기도 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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