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년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통이 탄생한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대만은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 격인 총통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집권 국민당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선거 결과도 압도적이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차이 후보가 56.1%, 주 후보가 31.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이 후보 승리가 점쳐졌지만 이같은 득표차는 대만 역대 총통선거에서 가장 크다. 이는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민심을 표심에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라 하겠다.
차이 당선자는 대만 소수민족 출신에다 미혼 여성이라는 정치적 약점을 극복하고 국가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성공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최근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우먼파워의 또 다른 상징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등 지구촌 정치권은 자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과시하는 여성 지도자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번 대만 총통선거는 표면상으로는 양안(중국과 대만)관계가 관전 포인트지만 실제로 표심을 가른 것은 ‘경제살리기’다. 대만은 지난 8년간 마잉주(馬英九) 정부 시절의 대(對)중국 경제종속이 심화되면서 산업 공동화, 내수 경기 침체, 청년실업으로 이어졌다. 양안관계가 경색될 위험이 있지만 대만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표차로 차이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준 데는 경제살리기에 나서달라는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차이 당선자의 등장으로 한국·대만 관계개선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녀는 “김치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하오츠”(맛있어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 그녀는 또 2012년 나온 박 대통령 자서전 ‘나는 박근혜다’(我是朴槿惠)의 추천사를 썼다. 차이 당선자는 “박 대통령은 대만 정계와 사회 각계계층에서 여성이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했다”고 호평했다. 친한파 차이잉원의 등장으로 그동안 소원했던 한국·대만 관계가 본궤도에 오를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