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면적의 110배 공원 사라질판…지자체 책임 전가하는 정부

당정 '도시공원 일몰제' 대책 발표
국공유지 90㎢ 10년간 개발 막고
우선관리지역 5년간 16조원 투입
지방채 이자 최대 50%→ 70% 지원
막대한 원금에 이자까지 떠안을 판
  • 등록 2019-05-29 오전 4:00:00

    수정 2019-05-29 오전 9:16:12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리풀공원 모습. 서리풀공원 역시 서울시 내 대표적 장기 미집행 공원 가운데 하나다. 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전국 340㎢,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 크기의 공원부지가 난개발 위기에 처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이거나 현재 공원으로 쓰이고 있지만 보상이 안된 땅들로 여의도 면적의 110배 규모다. 지자체가 땅을 사들일 돈이 부족해 계획을 차일피일 미뤄오면서 20년 가까이 방치돼 왔다. 이 가운데는 개인 소유의 땅도 포함돼 있어 헌법재판소는 20년 동안 보상이 안된 땅은 도시계획시설상 공원 지정을 풀고 원 소유주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 시점이 바로 내년 7월이다. 내년 7월까지 땅을 매입해 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실시계획 승인)이 없으면 이들 도시공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는 공원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으면 그렇잖아도 미세먼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 환경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장기 미집행 공원 해소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28일 당정 협의에 나선 이유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자체 재정 자립도 50% 미만…실효성 의문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장기 미집행 공원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국공유지의 경우 실효(효력 상실)를 10년 동안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새로 담겼다. 내년 7월로 실효되는 공원부지 가운데 25%(90㎢)가 국공유지에 해당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공유지 역시 실효 대상에 포함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까닭은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을 고려한 까닭이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은 “지자체와 협의해보니 사유지를 대상으로 공원으로 조성할 재정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국공유지 실효를 유예하는 10년 동안 지자체 노력을 평가해 이를 추가 유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현재 국공유지를 대상으로 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11월께 현지 실사를 마친 후 정부간 협의를 거쳐 시가화 등으로 공원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일부 부지를 실효시키고 나머지를 10년간 실효 유예할 예정이다. 10년 뒤에도 공원 조성에 어려움이 따를 경우 지자체 노력을 평가해 추가 유예를 검토할 계획이다.

지방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지자체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토지은행이 먼저 땅을 매입하고, 지자체를 비롯한 사업시행자가 토지은행에 토지보상비를 추후 분할 상환하는 형태로 토지은행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공원을 조성할 때 거치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공익성 심사기준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절차를 합리화해 조성 절차를 단축하는 일도 이번 대책에 추가됐다.

이미 내놨던 대책도 개선했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지방채를 발행하는 때 이자 지원율을 현행 50%에서 70%까지로 늘리고 발행한도 제한에도 예외를 두기로 했다. 또 현재 79곳, 26㎢ 크기로 추진되는 민간공원특례사업 가운데 진행속도가 더딘 사업에 한해 LH가 이어받을 수 있도록 했다. LH는 공급촉진지구를 활용해 서울을 제외한 전국 10곳, 60만㎡ 3000가구 수준으로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된 130㎢ 가운데 지자체나 민간이 조성하는 부지를 제외한 37㎢의 경우 개발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이나 보전녹지, 경관지구 등으로 지정함으로써 공원 기능을 유지토록 할 방침이다.

자료=국토교통부
“도시공원 국가 사무인데 국토부 나몰라라”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 실효성이 있는지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지자체가 공원을 조성하려 발행한 지방채의 이자를 지원하거나 LH 공급촉진지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부지 70%를 공원으로 기부채납 받고 나머지에 공동주택을 짓는 등 정부의 직접적 재정 지원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손 안대고 코 풀려는’ 격이다.

우선관리지역 130㎢만 해도 향후 5년 동안 △지자체 예산 4조3000억원 △지방채 발행 2조4000억원 △민간공원 조성 5조6000억원 △국고사업연계 등 5000억원 △도시계획적 관리 3조7000억원 등 16조원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다.

권혁진 도시정책관은 “30년 전 국가 사무에서 지방 사무로 바뀐 만큼 지자체가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고, 국비로 공원 조성 전부 지원한다면 지자체가 더이상 공원을 조성하지 않을 도덕적 해이도 우려됐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반발은 거세다.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대부분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50% 미만이어서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도시공원 일몰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공공재 성격을 띤 도시공원은 국가 사무인데도 국토부가 ‘나 몰라라’ 하고 있지만 국고 보조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정부가 보유한 국공유지마저 실효시킨다면 민간에 사유지의 도시공원 실효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국공유지 실효 유예는 당연한 일”이라며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 비율을 나눠 부담하는데, 지자체의 재원 부담으로 미뤄진 도시공원 역시 중앙정부가 매칭해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LH공급촉진지구로 적용하는 지역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더라도 소유주 반발을 고려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당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