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주 스쿨존 사고 고의성 있다" 결론 어떻게 나왔을까

경찰, 국과수와 두 차례 현장검증·장면 재현
블랙박스로 차량 방향과 속도·운전자 시선 등 분석
민식이법보다 높은 특수상해법 적용
  • 등록 2020-06-20 오전 12:30:00

    수정 2020-06-20 오전 12:30:00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일상에서 생기는 의문을 [왜?] 코너를 통해 풀어봅니다.

‘경주 스쿨존 사고’에 고의성이 있다는 결론은 어떻게 나왔을까?

사진=인스타그램 게시물 캡처
지난달 경주의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SUV와의 충돌로 다리를 다친 아이의 가족은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주장하면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자전거를 타고 필사적으로 달리는 아이와 이를 바짝 뒤쫓는 흰색 SUV 차량이 보인다. 아이를 따라 SUV는 우회전했고 골목길로 들어선 후 자전거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결국 들이받고 만다. 충돌 후 쓰러진 자전거를 밟고 지나가 멈췄다.

충돌 전 차가 아이 쪽으로 향했고 충돌하자마자 멈추지 않은 모습 때문에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었다. 특히 운전자가 사고를 낸 후 다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보다는 ‘왜 내 딸을 때렸느냐’고 꾸짖었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적 공분을 일으켰다.

하지만 운전자의 고의성 입증은 미지수였다. 운전자 측이 여러 차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사고 관련자들이 진술한 사고의 고의성을 부인하며 과실을 주장해왔다. 법조계에서도 고의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견해가 나왔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자전거를 고의로 들이받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이가 맞았다는 생각에 급히 쫓아가다 낸 교통사고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차가 달리던 속도가 있기 때문에 아이와 부딪힌 후 바로 서기 어려운데 브레이크를 밟았기 때문에 저 정도에서 멈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쉽지 않은 고의성 판단, 적용된 기준은?

손수호 변호사도 지난달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차의 주행 속도와 운전자의 반응까지의 시간이 필요한 점을 들어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고의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설령 고의성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 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감정적 여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지난 18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해당 사고가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결론을 내리기까지 경찰은 교통범죄수사팀에 형사팀까지 투입해 합동수사팀을 구성, 사고 경위를 추적해왔다. 먼저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사고의 고의성 여부를 밝히기 위해 현장검증을 두 차례 실시했다. 운전자가 초등생을 추돌하던 장면을 재현하기도 했다.

또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자전거를 뒤쫓을 당시 차량의 진행 방향과 속도, 운전자의 시선 등을 분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경찰은 운전자가 자전거를 멈추게 하려고 고의로 추돌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 지난 10일 MBC ‘실화탐사대’ 방송화면)
“핸들 꺾었을 것, 자전거 통과하고서야 브레이크”

MBC ‘실화탐사대’는 법영상분석전문가와 교통사고감정사가 이 사고 영상을 보고 어떤 기준으로 분석하는지 공개했다.

지난 10일 이 방송에 출연한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 사고 직전 SUV 차량이 향하는 방향을 지적했다. 그는 사고 직전 같은 골목길로 똑같이 우회전해서 오는 검은색 차량의 모습과 사고 차량의 모습과 비교했다.

황 소장은 “조향이라는 건 운전자가 의식을 하고 핸들을 조종하는 것”이라며 “사고 직전에 동일한 차량이, 그 해당 지역을 똑같이 우회전해서 들어간다. 그 사람은 정상적으로 들어가는 차량”이라고 지적하며 검은색 차량과 사고 차량의 모습을 비교했다. 이어 “(사고 차량 운전자가) 이렇게 주행을 했다는 것은 핸들을 검정색 차량보다도 상당히 많이 아이 방향으로 우측으로 틀었을 것”이라며 “두 개의 사진만 비교하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주행 패턴이다. 운전자가 핸들 조향을 통해 아이에게 위협 또는 근접을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 MBC 실화탐사대 화면 캡처)
사고 당시 주행속도와 제동시간도 판단의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방송에서 류종익 도로교통사고감정사협회 사고조사위원장은 사고 영상을 분석한 후 “운전자의 주행 속도가 시속 20km 이하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를 밟았다, 역과(밟고 지나감)를 하는 상황이면 충돌하면서부터 이미 느낀다. 느끼면 곧바로 제동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분은 그러지 않았다. 자전거를 통과한 다음에 제동을 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쓰러진 자전거를 밟으며 통과한 차량에서 충돌 약 3초 후 브레이크등에 불이 켜진 모습도 공개됐다.

류 위원장은 “앞만 보고 가는데 갑자기 뭐가 날아왔을 때 ‘이게 뭐야’ 하면서 멈추는 게 평균 1초로 본다. 근데 이 경우 운전자가 계속 애를 보면서 가기 때문에 1초가 의미가 없다”면서 “제가 봤을 때는 (실수가) 아니에요”라고 판단했다.

민식이법보다 특수상해법 형량 무거워

경찰은 운전자에게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경찰은 고의성 결론에 따라, ‘민식이법(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또는 형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성이 있을 경우에는 특수상해로, 없었다면 민식이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컸던 것.

이 가운데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났다. 일각에서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면 오히려 형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 이는 최고형량으로 비교한 것이다. 민식이법은 무기징역이 최고 형량이고 특수상해는 최고형량이 15년의 징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의성이 입증되면 최대 15년, 고의성이 없어 스쿨존 교통사고로 처리되면 최대 무기징역으로 더 중형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특수상해가 적용되면서 민식이법의 경우보다 형량이 무거워지게 된다.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국과수와 논의 결과 사고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됐다”며 “이에 따라 민식이법보다 무거운 특수상해죄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은 어린이를 사망케 할 경우이며, 상해를 입혔을 때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이나 1∼15년의 징역에 처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만약 고의성 없는 상해사고였다면 벌금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면 특수상해 혐의는 벌금형이 없는 형법으로 더 무거운 처벌이다. 특수상해와 관련한 법률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나 존속상해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중상해가 아닌 경우)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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