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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통신업체 T모바일에선 현업이 프로모션 관리, 매장 폐쇄 프로세스 자동화, 자가검진 앱 등을 직접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엔지니어가 아닙니다.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유연한 근무 시간을 관리할 모바일 앱(FLEXI)을 만들어 회사 해커톤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 건 이른바 ‘노코드 플랫폼’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컴퓨터 코드를 한 줄도 짜지 않고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 플랫폼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노코드는 포토샵처럼 마우스 클릭 등을 활용해 누구나 직관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제는 (엔지니어가 아닌) 사용자가 웹브라우저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외 기업들은 이미 노코드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MS는 지난해 자사 노코드 플랫폼 ‘파워앱스’에 인간처럼 말하는 초거대 AI ‘GPT-3’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고 쓰는 일상어(자연어)로도 코딩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e커머스 앱을 개발하는 사람이 “키즈(Kids)로 시작하는 이름의 상품을 찾아줘”라고 말하면, ‘Filter(‘BC Orders’ Left(‘Product Name’,4)=”Kids”’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명령어를 변환해 전달하는 식입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지난 2020년 6월 노코드 플랫폼 ‘허니코드’를 처음 선보인 후 베타 버전을 운영 중입니다.
노코드 플랫폼의 가장 큰 이점은 ‘속도’입니다. 사용자환경(UI) 등 모든 것을 개별적으로 코딩할 필요가 없으니 앱 개발이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코카콜라는 판매·재고 데이터 저장소(리포지토리)를 단 1주일만에 만들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가 자사 노코드 앱 플랫폼인 ‘앱시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32%가 개발 속도를 가장 큰 이점으로 꼽기도 했고요.
LG CNS 관계자도 “(데브온 NCD는) 마우스로 컴퓨터 바탕화면 속 아이콘을 옮기듯 개발자가 각종 기능을 원하는 위치에 끌어다 놓으면 된다”며 “기존 방식대로라면 코딩을 마친 뒤 개발자가 프로그램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노코드 플랫폼이) 이 과정을 대신 수행하는 덕분에 개발자는 프로그램의 논리성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잡한 프로그램 작성 등 아직은 초기여서 한계도 있지만, 노코드가 보편화된다면 개발자들이 하는 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노코드로 작성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의 니즈가 높아질 것”이라며 “또 노코드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선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껏 별도의 직군으로 구별됐던 서비스 기획 등의 업무가 개발자의 역할로 점차 편입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