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주일만에 본 정치의 눈물

  • 등록 2014-04-24 오전 6:20:00

    수정 2014-04-24 오전 6:20:00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 도중에 울먹거렸다. 방송카메라와 사진 플래시가 번쩍하는 공간에서 그는 세월호 침몰사건 희생자들을 기리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현장 기자들은 그의 그런 모습에 웅성거렸다. 웅성거림은 울음에 대한 이해라기보다는 냉소에 가까웠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정치인의 눈물을 어떻게 믿느냐”고 말했다. 그의 눈물에 대한 반응은 일반인들도 비슷했다. 김 대표의 눈물을 담은 기사에는 “심장이 있다면 당연히 울어야지”라는 누리꾼의 댓글이 달렸다.

김 대표의 눈물은 진짜였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눈물을 믿지 못한다. 뭣 때문일까. 지난 1주일 동안 이 땅위의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에 답이 있다.

사고 후 몇몇 정치인들의 언행은 수차례 국민 속을 뒤집어 놓았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괴의 지령을 받는 좌파단체들이 정부전복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주장을 했지만 근거로 제시한 동영상 속 인물은 사실과 달랐다.

야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경기도의회 예비후보였던 송정근 씨는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로 활동하다가 사실이 밝혀지자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공감 대신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에만 몰두했다. 국민이 첫날 흘렀던 눈물은 공개석상에서 한 주나 지나서야 나왔다.

정치인의 핵심 덕목은 국민과의 소통, 공감능력이다. 그들은 그래서 국민을 입에 달고 ‘국민의 눈높이에서’라는 문장을 강조한다. 그런 정치인들이 이렇게 1주일을 보냈다. 어떻게 국민에게 자신들의 말을 신뢰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기자는 짧은 시간 동안 세월호 침몰사건 취재를 위해 안산으로 파견 나갔다. 안산의 한 버스기사는 침몰사고 뉴스를 들으려 라디오 볼륨을 올렸다. 그런데 뉴스가 정치인들의 발언을 전하려 하자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2014년 4월의 정치는 그렇게 국민에게 대우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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