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WWEF]다른 여자 다른 남자, 음악으로 말을 걸다

윤건-손승연, 세계여성경제포럼서 '쇼퍼런스' 특별 무대
'관계의 힘' 무대로 보인다
  • 등록 2014-10-07 오전 6:00:00

    수정 2014-10-07 오후 2:34:05

제3회 세계여성경제포럼 특별 공연을 앞두고 자리를 함께 한 가수 손승연과 윤건.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괴물’이라고 불리는 여자. ‘커피’와 사랑에 빠진 남자. 화성남·금성녀가 음악으로 소통한다.

여자의 장기는 폭발적인 고음이다. 남자는 ‘공기 반, 소리 반’ 조용히 읊조리 듯 노래하는 걸 즐긴다. 여자는 스물둘, 남자는 서른여덟. 두 사람은 혈액형도 A형과 B형으로 다르다.

공통 분모는 가수라는 직업뿐이다. 두 사람은 과연 ‘다름’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모니’를 이뤄낼 수 있을까?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세계여성경제포럼 2014’에서는 가수 손승연과 윤건이 커플로 나서는 특별한 무대가 펼쳐진다. 이들은 앞서 같은 무대에 서는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철학자 강신주, 광고계 대부 박웅현 등과 달리 말이 아닌 음악으로 올해 포럼의 주제인 ‘관계의 힘’을 표현해 보일 예정이다. 새롭게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공감해 조화를 이루는 전 과정을 40분 남짓한 무대에 녹여낸다.

◇ 보다..‘벌써 일년’

9월의 마지막날. 두 사람은 공연을 꼭 한 달 앞두고 처음 만났다. 청와대와 경복궁 사이 조용한 효자동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마르코의 다락방’. 윤건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 겸 작업실이다. 평소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해온 손승연이지만 이날만큼은 웬일인지 말이 없이 조용했다. “원래 누굴 만나도 벌벌 떠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늘은 이상하게 긴장이 많이 된다”고 했다.

어색함을 깬 건 ‘초식남’ 윤건이었다. 가볍게 손을 흔들며 “안녕”, 또래처럼 밝고 친근하게 인사했다. 이어 고향은 어디냐, 버클리 음대 생활은 어떠했는지 등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화제에 올렸다. 두 사람은 그렇게 가까워졌다. 관계의 시작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상대에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디션 출신 가수이고 성량만큼 성격도 화통할 줄 알았는데 나이에 맞게 앳된 면도 있는 친구더라고요.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려는 자세가 마음에 들었어요.” 윤건이 밝힌 손승연의 첫인상이다. 손승연은 “솔직히 차가운 분일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느낌이 완전 달라요. 다정한 모습에 놀랐네요. 음악적으로는 저와 달리 감성적인 면을 많이 갖고 계셔서 부럽습니다”라고 화답했다.

◇ 알다..‘너의 목소리가 들려’

두 사람 사이 대화의 물꼬를 튼 건 역시 음악이었다. 윤건이 브라운아이즈 시절 발표한 노래 ‘벌써 일년’에 얽힌 이야기부터 정규 4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최근 발표한 선 공개곡 ‘가을에 만나’까지. 그러고 보면 윤건은 유독 가을 노래가 많았다. 특히 ‘벌써 일년’은 발표한지 13년이 지났지만 지금 들어도 여전히 트렌디한 마법 같은 힘을 자랑한다.

윤건은 “제목을 잘 지은 것 같다. 시간이 가도 안 간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느냐”라며 “‘세계여성경제포럼’도 1년에 한 번씩 매년 가을 열리는데 오프닝 곡으로 ‘벌써 일년’ 어떻겠느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손승연 역시 “정말 괜찮은 생각”이라며 수락해 공연의 첫 번째 조각이 맞춰졌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페로몬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윤건은 지난달 11일 외로운 솔로들을 위한 마법의 음료라며 ‘페로몬 커피’ 제조 방법을 유튜브에 공개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민트시럽에 윤건 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재료를 넣은 후 우유거품, 에스프레소 샷을 차례로 넣으면 완성된다. 윤건이 끝내 밝히지 않았던 비밀 재료는 술이었다. “럼주 바카디를 넣어요. 카페인에 알코올 기운까지 더해져 심장이 절로 뛰죠. 끌림이 없는 세상이잖아요.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볼수록 신기한 남자다.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풋풋한 20대 청춘의 감성을 지키며 산다. 윤건은 어떤 사람인지 그가 좋아하는 커피에 빗대 물어봤다. 그는 “커피로 치면 라떼 마끼아또”라고 답했다. 우유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부드럽게 즐기는 커피. 윤건은 “부드러운 거품 안에 담겨 있는 진한 에스프레소 향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손승연에게 바통을 넘겨봤다. 그녀는 “아직 커피의 쓴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라고 웃으며 “녹차 프라푸치노 쯤 될라나?”라고 눙쳐 카페 주인 윤건을 웃게 했다.

◇ 통하다..‘가을에 만나’

관계의 어려움은 가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중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늘 어렵고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
다.

“저는 대중가수예요. 수많은 사람들과 감정의 주파수를 맞추며 살아야 하죠. 그런데 음악은 혼자서 하는 작업이잖아요. 자기 안에 갇혀 고립되기 쉬워요.”

윤건의 말이다. 그가 택한 해결 방법은 카페와 SNS였다. 1층 카페에서 팬들과 만나고, 2층 작업실에서 곡을 쓰고 멜로디를 입힌다. 공적·사적 공간이 결합된 그만의 이야기 공장이다. 트위터, 페이스북에 이어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까지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수와 공유한다. 윤건은 “일기를 쓰는데 여럿이 보고, 또 때로는 반응까지 보여준다. 1.5인칭 같은 느낌”이라며 “그렇게 대중의 소리를 듣고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여내니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관계로는 비틀즈, 그 중에서도 특히 존 레논을 알게 된 것을 꼽았다. “초등학교 때 비틀즈 노래를 들으며 꿈을 키웠어요. 60년대 그룹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영국의 자랑이자 전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죠.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션 스타’ 손승연은 관계의 힘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했다. 가수가 되길 반대했던 어머니, 그런 외모로는 절대 가수가 될 수 없다며 모질게 등을 돌렸던 제작자들. 손승연은 “인정 받고 싶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했다”고 성공 비결을 말했다.

손승연과 윤건이 ‘제3회 세계여성경제포럼 2014’ 공식 포스터 앞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미소를 짓고 있다.
“학교에서 하는 노래 자랑은 물론 가요제란 가요제는 빠지지 않고 나갔어요. 축제가 많은 봄, 가을이면 전국 팔도로 오디션 투어를 다닐 정도였죠. 상을 받은 건 딱 한 번 밖에 안돼요. ‘슈퍼스타K2’ ‘위대한 탄생1’ TV 오디션 프로그램도 죄다 참여했는데 줄줄이 예선 탈락.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보이스 코리아’에 나갔는데 우승을 한 거예요. 그런 시련과 역경이 있었기 때문에 오디션 강자가 될 수 있었어요. 단단해졌죠.”

곁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건은 “간절하게 매달리다 마음을 비울 때 즈음 꼭 기회가 찾아오더라. 나도 그랬다”고 자신의 데뷔 초창기를 떠올렸다. 윤건은 가요계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의 순수함, 꿈을 가졌을 때의 열정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적인 이야기 같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나만의 이야기를 잘 간직하라”고 말하며 격려했다.

첫 만남은 이렇게 끝이 났다. 두 사람은 이후 한 차례 더 호흡을 맞춘 뒤 오는 30일 반포 세빛섬에서 완성된 무대를 펼쳐낸다. 음악적인 색깔이 다른 것은 하모니를 이루는 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남자와 여자의 음역대를 맞추는 것이 최대 과제로 남았다. “파트, 화음 등 구성을 잘 짜면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주 잘 짜면요.(웃음)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 가을에 만나요.”

(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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