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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을 입은 채 발견된 변사체
2001년 2월 4일, 부산 연산동 배산 중턱 등산로 인근 수풀에서 20대 여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등산객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여성은 왜소한 체구에 잠옷 차림이었다. 겨울 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잠옷과 어울리지 않는 구두를 신은 채 쓰러져 있었다.
신원 확인 결과 이 여성은 인근 주택가에 살고 있던 故 김선희 씨(당시 22세)였다. 배산은 그녀의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낮은 산이었다. 왜 그녀는 배산에서 잠옷을 입은 채 숨져 있었던 것일까.
그날 아침, 그녀는 왜 배산으로 향했나?
유족들은 전날 밤 멀쩡히 잠들었던 선희 씨가 왜 이른 아침에 나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휴대폰도 미처 챙기지 않은 채 잠옷 바람으로 나간 걸로 보아 분명히 누군가를 급히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선희 씨 가족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명이었다. 바로 선희 씨의 전 남자친구였던 인철 씨(가명)였다. 그는 선희 씨와 같은 학교 동아리의 선배였고, 5개월 정도 교제하다 사건이 일어나기 보름 전 헤어졌다.
어쩌면 마지막 목격자, 동생의 되살아난 기억
증거도, 목격자도 없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미제 살인사건. 유의미한 단서는 시신에 남은 혈흔과 단 2개의 칼자국뿐이다.
베일에 싸인 범인은 굉장히 잔인하면서도 치밀해 보인다. 그날, 마지막 목격자였을지도 모를 영진 씨는 누나가 집을 나서던 그때, 잠결에라도 작은 목소리 하나 듣지 못한 사실을 지금까지도 무척 안타까워하고 있다. 만에 하나, 16년 전 그날 아침의 기억은 영진 씨의 무의식 깊은 곳에 묻혀있을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최면을 통해 하나, 둘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16년 전, 선희 씨와 같이 배산에 올랐던 이는 누구인가.
한편 배산 여대생 피살사건을 추적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27일 토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