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통신사와 통신망 이용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특정 통신사(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변경해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사업자 간 협상 과정에서 이용자 이익을 침해한 사건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인터넷 접속정책이 다르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고객을 볼모로 삼아 자기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한, 외국계 인터넷 회사가 네이버나 아프리카TV 등 국내 인터넷 기업과 달리 글로벌스탠더드라는 이유로 국내 통신망을 공짜로 사용하려 한다는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5월 22일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 변경에 따른 이용자 이익 침해 사건에 대해 실태점검을 진행한 뒤 이를 이달 중 사실조사로 전환키로 했다.
그런데 실태점검 결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가 확인돼 사실조사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사실조사에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통신망 제공 협상을 진행 중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페이스북에 유료로 통신망을 제공 중인 KT, 이동통신망이 접속돼 있는 SK텔레콤도 포함될 전망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상임위원들에게 보고된 건 아니지만 지난번 페이스북 면담 조사 과정에서 그쪽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찾아낸 게 있고, 페이스북의 소명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있어 사실조사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인 아프리카TV는 통신망 이용 대가로 지난해 68억 원 정도를 냈으며 네이버 등은 수백억 원을 부담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직접접속(Peering)에 따른 공짜 사용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페이스북은 방통위의 실태점검이 시작되자 SK브로드밴드 고객에게 통화량이 몰리지 않도록 KT 등 다른 쪽으로 접속경로를 바꾸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 역시 페이스북의 홍콩 지점(POP)과 연결되는국제 회선을 증설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접속 지연 사태는 진정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조사가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사이의 통신망 제공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외국계 인터넷기업에서 발생한 이용자 피해에 대한 국내 규제 기관의 판단이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