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놀란 삼성' 스포츠마케팅 올스톱..'총수 부재 1년' 모든 게 꼬였다

곳곳에서 리더십 부재 '경고음'
스마트폰·TV 세계시장 고전 예상
美 세이프가드에 세탁기 수출 타격
주력사업 주춤에도 멈춰버린 M&A
사상 최대 실적에도 '위기론' 확산
6년 후원 정현과 재계약 '머뭇'
  • 등록 2018-01-29 오전 4:12:58

    수정 2018-01-29 오전 4:12:58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엉켜버린 삼성의 실타래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되면서 인사와 M&A(인수합병), 사업전략, 마케팅까지 모두 꼬여버렸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8일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매우 불확실하고 수많은 위기요인이 잠재해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당장 올해부터 회사 경영에 큰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뇌물혐의’에 잔뜩 움츠러든 삼성이 스포츠 지원을 줄이면서 평창올림픽을 코앞에 둔 스포츠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정현 선수를 6년간 후원한 삼성증권도 그와의 재계약에 머뭇거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삼성 점유율 20% 깨질 것”

사상 최대 실적에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최고 실적에 가려져 있지만, 주력 사업 곳곳에 켜진 ‘경고음’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을 전망하면서 삼성전자의 연간 판매량이 3억1530만대로, 지난해(3억1980만대)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오포, 샤오미 등 판매 상위 5개사 가운데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9.2%에 그쳐, 2012년 이후 6년간 유지했던 20% 점유율도 깨질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2위인 애플의 올해 판매량은 2억3400만대로, 전년(2억1810만대)보다 1590만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등 중국 업체 4곳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9.8%에서 올해 31.2%로 1.4%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의 텃밭이던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의 샤오미가 지난해 4분기 점유율 25%(출하량 기준)로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美·中에 막혀 고전하는 TV·가전 사업

TV 사업도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휘청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TV시장에서 20.3% 점유율(수량 기준)로 12년째 1위 자리는 지켜냈지만, 중국 토종 TV브랜드들의 파상 공세에 1년 전(21.5%)보다는 점유율은 1.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중국 TV브랜드들의 점유율을 합치면 32.4%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TV시장의 99%가 LCD(액정표시장치) TV인 상황에서 LCD TV용 패널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비중이 30%에 달한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삼성전자 TV의 중국 패널업체 의존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올 들어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반도체 특허침해 조사 등으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도 가세해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를 앞세워 반도체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캐시카우’인 반도체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외국계 투자사 모건스탠리는 올해 D램 평균 가격이 공급증가에 따라 두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설비투자 증대로 공급이 수요 증가율을 앞지르며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 시가총액 18조2000억원이 증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금융 인사는 하세월…M&A도 중단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 금융계열사의 사장단 인사가 아직도 미적 되는 걸 두고 “삼성답지 않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은 주력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물산, 금융 계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정기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지난해 11월초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를 했지만, 다른 계열사들은 잠잠했던 것. 삼성물산이 해를 넘겨 사장단 인사를 진행했지만, 금융 계열사들의 사장단 인사는 설 연휴를 앞둔 2월 중순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부 고령의 CEO들은 60세 이상 퇴진을 의미하는 ‘60세 룰(Rule)’에 반발해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오는 등 리더십 부재를 절감하고 있다. 2016년 하만과 데이코를 인수한 뒤로는,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M&A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수 조원의 투자를 누가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움츠러든 삼성, 스포츠 마케팅도 자제

평창 겨울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흔한 옥외광고조차 눈에 띄지 않는 등 올림픽 마케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홍보관 운영, 성화 봉송 후원 등 기본적인 올림픽 후원사 활동은 하지만, 외부 노출에 대해선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세계인의 축제가 30년 만에 ‘홈 그라운드’에서 열리는데, 공식 후원사가 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오른 정현 선수의 공식 후원사지만, 대놓고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정현 선수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2년부터 유망주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해 왔다. 승마 후원사업으로 총수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 후원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6년 넘게 키워온 선수가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올랐는데도, 재계약을 망설이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 삼성을 보면 미래사업, 성장동력 확보 등의 전략에 있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면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와중에 적기 투자, 의사결정 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 삼성은 그런 것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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