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25시]합병비율 1:0.42..급히 먹던 바른미래, 결국 체했다

지난 2월 창당한 바른미래당..갈등 지속
애초 의석수,성향,조건도 달랐던 두 당
기계적 평등으로 통합 유도했으나 '무리'
최근들어 섣부른 통합 '후유증' 겪는 중
  • 등록 2018-05-20 오전 7:00:00

    수정 2018-05-20 오전 10:38:12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서 창당 출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시장에서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하거나 미래 성장동력을 갖기 위해 흔히하는 전략이 인수합병(M&A)입니다. M&A가 시너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도 나타납니다.

바른미래당의 출발도 M&A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원내 3·4당이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2월 살림을 합쳤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너지를 최대치로 키우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기대하던 장밋빛 미래는 없었습니다. ‘영호남의 화합’을 기치를 내건 담대한 기상도 사라졌습니다. 최근 만난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얼굴에 유독 수심이 가득한 이유입니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내부 갈등이 최고조입니다. 서울 노원병 공천갈등을 겨우 진화하나 싶더니 이번엔 송파을 공천이 난리입니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가 치러지는 송파을 지역에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을 ‘전략공천’하겠다고 선언하자 박종진·이태우 등 기존 예비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전날 진수희 서울시당위원장도 “안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뛸 동기를 잃었다”며 돌연 사퇴했습니다. 덩달아 3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그렇다면 바른미래당 내부의 ‘화학적 결합’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합 초기부터 두 정당의 출발점이 달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향은 물론 의석수·당원 숫자·의사전달체계 등까지 모두 달랐지만 충분하게 맞춰볼 시간없이 살림을 합쳤습니다.

현재 바른미래당이 보유한 의석수는 30석입니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비례 3명을 제외하고 국민의당 19명과 바른정당 8명으로 이뤄집니다. 기업에 비유하자면 합병비율 1:0.42 정도가 됩니다. 객관적 지표상으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을 압도합니다. 당원까지 합치면 양 측의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합당 직전 바른정당 당원 수는 약 7만명, 국민의당은 27만명 가량으로 알려집니다. 약 4배 차이가 납니다.

다만 원내 영향력으로 따지면 문제가 복잡합니다. 국민의당 의원 19명 중 9명은 비례 초선입니다. 반면 바른정당은 전원 재선이상 지역구 의원입니다. 평균적인 원내 영향력은 바른정당 쪽이 살짝 우위로 보입니다.

이 같은 ‘불균형’을 의식한 탓일까요. 바른미래당은 통합 후 강박적으로 ‘기계적 평등’을 유지합니다. 일단 11명의 지도부 역시 양 당 출신이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 체제에 2명의 사무총장, 4명의 최고위원 모두 양 당이 절반씩 차지했습니다. 갈등의 서막을 알린 지방선거 공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위원장 1명과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공천위원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5명씩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기계적 평등은 말그대로 산술적인 의미입니다. 조건도 성향도 다른 두 당을 하나로 만들기엔 부족했습니다. 특히 숫적으로 우세한 국민의당 쪽이 상대적으로 불만을 가졌습니다. 공천 갈등때마다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은 당원 비율을 높인 여론조사를 주장했습니다. 당원 숫자가 적은 바른정당 측은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자기네 유리한 방법만 우기려 든다’며 서로에게 험한 말을 주고받기 이르렀습니다. 안 후보가 손 위원장을 송파을에 ‘전략공천’하겠다는 방침 역시 이번 통합에 본인의 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기업 M&A는 당대당 통합보다 간단합니다. 주가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장사들은 보통 합병하던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한 뒤 신주를 배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다릅니다. 변수가 훨씬 많습니다. 객관적인 지표가 부족한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애초에 칼로 무자르 듯 지도부와 공관위를 5:5로 나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셈이죠. 두 당의 차이를 좁히는 일이 결국 ‘정치력’입니다. 그러나 지도부는 아직 이들의 차이를 시너지로 승화시킬 정치력이 부족해보입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두 달만에 바른미래당을 탄생시켰습니다. 어쩌면 최근 드러난 갈등사례는 ‘벼락치기’로 추진한 통합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바른미래당은 섣부른 통합의 지독한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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