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경제검찰' 공정위의 고해성사

  • 등록 2014-09-01 오전 6:00:00

    수정 2014-09-01 오전 6:00:00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른 정부 부처와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주로 기업들을 혼쭐내는 업무를 해서 그런 지 몰라도, 다소 폐쇄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정위 공무원들이 다른 정부부처 공무원들보다 뻣뻣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공정위가 지난 27일 머리를 조아렸다. 일종의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순환출자 자료 발표를 앞두고 올해 새로 도입한 ‘순환출자 산출 프로그램’을 구동해보니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공정위가 발표한 삼성과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 수가 틀렸던 것.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삼성과 롯데의 출자비율 1% 이상 순환출자 고리 수는 각각 16개· 51개. 하지만 이번에 확인한 결과 삼성과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각각 30개, 5851개로 나왔다.

공정위는 삼성과 롯데 측에 연락해 사실 여부의 확인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해당 기업들로부터 “이번에 나온 결과가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작업으로 인해 생긴 실수로 잘못된 자료를 건넸다는 황당한 해명도 이어졌다. 공정위는 당혹스러웠다. 특히 롯데의 경우 무려 5820개나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라 하기엔 미심쩍다.

공정위는 자료 발표를 앞두고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 지 깊이 고민했던 것 같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이 잘못된 자료를 보냈다지만,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공정위 잘못도 큰데, 이 사실을 입밖으로 꺼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잘못한 사실을 숨길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정위는 꼼수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공정위는 ‘2014년 순환출자 현황 자료’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순환출자 현황 공개시 오류 해명’이라는 A4 한장짜리 보도 참고자료를 함께 낸 것이다. 공정위는 “정밀하게 검증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발표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비록 ‘고해성사’ 후 비난도 받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옳았다. 만약 공정위가 사실을 은폐하다 걸렸다면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간 기업이 제출하는 자료에 대한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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