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법인이 출범하면 SK 군(群)은 무선1위를 유지하면서도 알뜰폰(MVNO) 1위는 물론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에서 KT(030200)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SK로서는 무선 중심의 통신사업을 미디어와 유선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지만, 경쟁사들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IPTV법 등에 근거한 정부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어떤 조건이 붙을 지 관심이다. 통신3사가 굴지의 로펌에 법률자문을 의뢰하고 정부를 설득할 논리 개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합병 조건이 통신·방송 융합시대에 통신 지배력 전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 미디어 시장은 이번 딜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투자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제4이통 출범이 불확실한 통신은 알뜰폰을 통한 경쟁활성화도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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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CJ헬로 인수의 경우 방송법상 승인 조건이 붙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KT의 KT스카이라이프 1대주주 등극 시 아무 조건도 붙지 않았던 데다, 케이블TV에 허용된 직접사용채널(지역채널) 이슈 역시 동네소식이어서 보도기능이 있는 YTN 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아직 조용하고, 티브로드나 씨앤앰 같은 큰 회사는 ‘미디어 몸짓 불리기’ 추세 속에서 눈치보기 하고 있다. 울산지역 개별 SO협의회 회장이 “적극 환영”입장을 밝히는 등 SK의 케이블방송 시장 진입을 반기는 쪽도 있다.
김기현 개별SO협의회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개별SO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SK가 (SO업계에 들어오면서) SO의 위상 자체가 통신사와 대등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별SO(케이블TV)는 CJ헬로비전, 티브로드같은 전국단위 케이블TV 사업자(MSO)에 속하지 않은 지역단위 케이블 사업자다. 전체 73개 권역중 10곳 정도 남아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초 ‘방송통신결합 상품’ 규제 논쟁 때 힘을 합쳤던 것처럼, SK텔레콤이 보유한 무선 지배력이 유선은 물론 미디어 시장에까지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수합병 자체를 불허라기는 어렵더라도 △알뜰폰 시장점유율 규제(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 털어내기)△CJ헬로비전 유료방송 가입자에 대한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상품 결합 판매 제한 같은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2002년 옛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 조건으로 56%였던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등 조건부 인가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당시 LG텔레콤에 가입자를 넘겼다.
반론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KT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기존 통신(MNO) 시장의 시장지배력 평가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면서 “통신3사간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단말기, 콘텐츠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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