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세계 최초 다연장 로켓 신기전의 후예 '천무'

북한 장사정포 대응전력으로 개발 착수
민간업체 주관 연구개발 최초 사례
분산탄 3백개 자탄으로 축구장 3개 넓이 초토화
살상 반경 큰 무유도 로켓은 美수입에 의존..국산화 추진
  • 등록 2016-03-06 오전 7:00:00

    수정 2016-03-06 오전 11:50:35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넓게 포진한 적을 단번에 휩쓸 수 있는 다연장 로켓(MLRS). 다연장 로켓은 여러 발의 로켓탄을 상자형의 발사대에 수납해 동시에 발사할 수 있게 만든 장치다. 차량에 싣거나 견인하기 때문에 기동성이 우수하다. 짧은 시간에 강력한 화력을 목표 지점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수 있다. 화력 집중을 통해 개전 초기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다연장 로켓을 세계 최초로 만든 나라가 조선이다. 고려시대 최무선이 발명한 로켓병기 주화(走火)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신기전(神機箭 )은 다연장 로켓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세종 때 제작돼 실전에서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던 지난 달 5일 우리 육군은 230mm급 다연장 로켓인 ‘천무’의 사격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군이 작년부터 야전부대에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한 천무의 실사격 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보여준 무력시위 차원이었다.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다연장 로켓인 천무(天舞)의 명칭은 ‘(다연장 로켓으로) 하늘을 뒤 덮는다’는 뜻이다. 지난 2011년 국민 공모를 통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천무의 유도탄이 화염을 뿜으며 솟구쳐 오르고 있다. [육군 제공]
국산 다연장 로켓의 시작은 ‘구룡’

국산 기술로 개발한 다연장 로켓의 효시는 130mm급 ‘구룡’이다. 1974년 국방부는 다연장 로켓 개발 가능성을 검토한 뒤 국산 기술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북한은 당시 사거리 20Km가 넘는 소련제 BM-21를 모방 생산해 1400여문의 각종 방사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다연장 로켓을 방사포라고 부른다. 반면 다연장 로켓을 보유하고 있지 않던 우리 군은 화력과 사거리에서 모두 열세였다.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체계의 보유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구룡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당시 공산권의 주력 방사포 무기체계인 122mm BM-21에 대항할 수 있도록 설계 개념을 잡았다. 기본형의 경우 최대사거리 23km로 개발했다. 이후 개량형까지 개발해 최대사거리가 36km까지 늘어났다. 당시 국군이 보유한 화력무기 중 가장 사거리가 길어 북한의 장사정 방사포 및 화포에 대응할 수 있었다.

구룡은 지금의 천무를 있게 한 무기체계다. 구룡은 로켓 무기로는 최초로 국내에서 양산을 시작하면서 로켓 추진기관 양산기술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구룡으로는 화력 우위를 지키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개발된 다연장 로켓은 구경 200mm 이상인 대구경 로켓이 대부분이었다. 북한 역시 러시아의 220mm ‘우라간’(Uragan) 다연장 로켓을 모방해 240mm 방사포를 개발했다. 화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구경의 새로운 다연장 로켓이 필요해졌다.

구룡의 실사격 훈련 모습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한화, ADD 기술 이전받아 다연장 로켓 자체 개발

우리 군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사업을 추진했지만 전력화 수량이 많지 않아 방위산업업체들이 이를 위한 생산설비 설치에 미온적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휴전선 일대에 포진한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다연장 로켓 도입에 나섰다.

2000년 당시 미국 측은 한국이 다연장 로켓과 같은 첨단무기체계를 생산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제품 직구매를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 군과 (주)한화 등 방산업계는 다연장 로켓을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맞서면서 기술만 도입한 자체 생산을 주장했다.

한화는 이미 1987년 ADD의 대전 추진체 공장 시설을 인수해 자체적으로 다연장 로켓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록히드마틴은 한화 공장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여 기술 및 생산능력을 확인한 뒤 한화와 기술도입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2004년 미국 록히드마틴의 다연장 로켓을 실전 배치한 한화는 유도장치를 부착한 다연장 로켓 ‘GMLRS’(Guided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개발에 착수했다. 군은 이같은 한화의 노력을 고려해 차세대 다연장 로켓인 ‘천무’의 개발 업체로 선정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는 자체 투자를 통해 대지유도무기 전문화업체로 지정됐으며 다연장 로켓 생산업체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천무체계 종합업체가 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추구하는 업체 주관 연구개발의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천무의 실사격 훈련 모습 [육군 제공]
천무, 축구장 3개 넓이 면적 초토화

천무 개발에는 2009년~2013년까지 5년이 소요됐다. 이후 약 2년간의 시험 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야전부대에 실전 배치됐다. 천무는 기존 육군에 배치된 다연장 로켓에 비해 정확도와 사거리를 크게 개선한 게 특징이다. 단발 또는 연속으로 12발의 로켓을 쏠 수 있으며 최대사거리는 80Km에 달한다.

천무의 또 다른 장점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탄종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도 로켓 뿐만 아니라 무(無)유도 로켓도 운용할 수 있다.

유도탄은 고폭탄과 분산탄으로 구분된다. 고폭탄은 목표물 반경 15m를 벗어나지 않아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분산탄은 300개의 자탄을 쏟아내 축구장 3개 넓이 면적을 일시에 초토화하는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다.

천무의 사격시스템은 모두 자동이다. 유사시 군단 및 사단에서 포병대대(사격대)로 표적정보를 통보하면 천무의 사격통제장치에서 사격제원을 산출하고 자동으로 발사대를 구동해 사격한다.

천무는 차량용 발사대에 장착해 이동한다. 차량 자체적으로 화생방 및 소총 공격을 방어하는 방호력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단독임무 수행을 위한 통신 및 사격통제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신속한 탄약 재장전, 타이어 펑크 시에도 자동으로 공기압을 조절해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무유도 로켓은 아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당초 미국 기술을 들여와 무 유도로켓을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발사시 불발률이 기준을 초과해 미국 측이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무유도로켓은 유도로켓 보다 사거리는 짧지만 살상 반경이 커 넓은 면적을 초토화 할 수 있다. 현재 무유도 로켓은 미국산 227㎜ MLRS를 사용한다.

군 관계자는 “지난 해 10월 합동참모본부에서 무유도로켓 개발에 대한 소요가 결정돼 방위사업청에서 선행 연구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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