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의 요(尿)런 토크]‘나랏말싸미’엔 나오지 않는 세종의 만성전립선염

  • 등록 2019-08-03 오전 12:05:06

    수정 2019-08-03 오전 12:05:06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땅의 신령들이 알아듣겠나. 우리말로 하거라.” 백성을 신으로 여기고 사랑했던 임금 세종은 많은 업적을 남겼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웠던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다. 육식을 좋아하고 앉아서 책만 읽었던 세종은 비만과 당뇨병, 시력장애를 앓았고, 영
화에서 요로결석 장면이 나오지만 다른 비뇨기과 질환으로 고생을 했다.

세종실록에서 세종은 41살 때부터 임질을 앓는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현대 의학에서 임질은 임균성요도염으로 성매개성질환의 하나이다. 그런데 임금이 “내가 성병을 앓고 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의가 임금의 대변을 맛봐서 건강을 확인하던 조선시대였고, 왕후를 비롯한 후궁들에게 임질을 옮겼다는 기록도 없다.

세종은 자신의 증상을 “병이 나았다가 다시 발작한다”, “성질을 내면 통증이 즉시 발작한다”, “말을 타고 행차했는데 병이 도졌다”라고 이야기한다. 조선시대의 임질은 성병만이 아니라,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통증 등의 증상이 있는 모든 상태를 아우르는 용어였다. 정황과 증상으로 볼 때, 세종의 임질은 만성전립선염일 가능성이 크다.

만성전립선염은 골반부위 통증과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데, 여러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한 증상을 치료하면 다른 증상이 나타나고, 이를 치료하면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위험요인은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오랫동안 앉아있거나 자전거나 말 타기를 오래하면 회음부가 자극되어 혈액장애와 근육경직이 일어나 전립선염으로 진행한다. 동물성 지방, 고칼로리식사, 운동부족, 비만 등이 위험요인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만성전립선염을 일으키고, 만성전립선염은 다시 스트레스를 증가시켜서 재발 위험을 높이는 등 악순환을 일으킨다.

생활습관의 교정과 따끈한 물에 엉덩이를 담구는 좌욕이 도움이 되는데, 세종은 온천을 즐겼다. 온좌욕은 골반근육을 이완시켜고 혈액순환을 증가시켜 통증과 염증, 부종을 줄여 증상을 완화시킨다. 주 1-2회의 전립선마사지도 효과가 있는데, 조선시대에 감히 임금의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을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진 의원은 없었을 것이다.

발기력 저하, 사정 통증 등 성기능장애도 보이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성생활을 유지하기도 한다. 규칙적인 성관계로 수시로 사정을 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세종은 소헌왕후와 아홉 명의 후궁 사이에서 18남 4녀를 두었으니, 활발한 성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로 논란이 되었지만 훈민정음은 세종이 친히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어벤져스’를 다큐멘터리로 보지는 않을 것이니 영화에서는 재미를, 의학칼럼에서는 건강지식을 얻으면 된다. 이 칼럼 역시 다양한 세종대왕의 지병설 중 하나를 비뇨기과적으로 재구성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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