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의 국내 ESG 펀드 출시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장 초기인 만큼 ‘ESG 워싱’ 관련 투자자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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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로 연초 이후 1조2922억원(지난 11일 기준) 유출된 반면 ESG 주식펀드 유형으로는 6396억원이 유입됐다. 이 기간 ESG 펀드 수익률은 10.44%로, 주식형 액티브 펀드 전체 수익률 10.80%와 비슷한 성적을 냈고, 코스피200 지수 수익률 8.23%를 상회했다.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ESG 투자에 대한 규정을 강화,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착한 투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ESG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패시브 ESG 펀드 설정액이 크게 늘었다”며 “유럽·미국 등에 비해 국내 ESG 펀드 시장은 초기지만 향후 ESG ETF를 비롯한 다양한 인덱스 펀드가 출시되며 패시브 ESG 펀드 비중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액티브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좋은기업ESG증권투자신탁’으로 연초 이후 17.1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SG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 재무적 요인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소비재·산업재·정보기술 종목을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 연초 이후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 받았던 대형 기술주들이 조정을 보였지만 관련 비중이 낮고 산업재 중 운송 섹터 등이 수익률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SG 펀드에 담을 종목 고르는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자체 평가결과를 토대로 ESG에 투자하는 ‘트러스톤 ESG레벨업 펀드’가 주목받았다. ESG 요소 중에서도 지배구조(G)에 집중한 게 특징이다. 국내 ESG 펀드 상당수가 외부평가기관 평가결과를 토대로 투자하거나 제외하는 것과 차별화했다. 자체 기업 탐방을 통해 개선 노력을 보고, 부족한 경우 주주활동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다. 이 펀드는 지난 1월 말 설정된 이후 22.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여타 글로벌 기업들 대비 지배구조가 약하고,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ESG 전반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특정 평가기관 기준만을 따라갈 경우 비슷한 상품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 자체 시스템을 채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ESG 펀드 출시 잇따라…“투명성 강화해 리스크 줄여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SG 펀드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주식형 ESG 펀드는 총 38개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은 지난 4월 ‘슈로더 글로벌 기후변화 펀드’에 이어 ‘에너지 트랜지션 펀드’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기후변화 펀드는 슈로더가 지난해 출시한 글로벌 지속가능 성장주 펀드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선보인 ESG 펀드다. 본사인 슈로더그룹의 글로벌 기후변화 주식 펀드(GCC)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시된 액티브 ETF들 중에서도 ESG 관련 상품이 출시됐다. 지난 5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네비게이터 ESG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다만 ‘ESG 워싱’ 우려가 부각되면서 관련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 금융에 대한 EU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가 확정,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SFDR) 공식 발표로 그린워싱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다.
한국도 ESG 초기 시장에서 무분별한 ESG 상품들의 투자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운용전략 등에 있어 ‘투명성’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다솜 서스틴베스트 연구원은 “운용사 투자설명서에 따라 ESG와 관련해 체계적으로 투명하게 운용전략과 투자종목 선정 기준을 공개해야 투자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예컨대 특정 섹터에 묶여 대표적인 대형주들의 협력사들이 ESG 펀드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정작 ESG 성과는 낮은 경우가 많아 보다 투명한 공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