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준비했는데"…러 제재 늑장 참여 괘씸죄 불똥

전문가 6人 긴급 진단
"끌려다니다가 뒤늦은 결정 …국제협조에 불리"
"제재 동참했지만 FDPR제재 제외될지 미지수"
"적극적으로 국제사회 제재 동참해 한목소리 내야"
  • 등록 2022-03-02 오전 5:06:00

    수정 2022-03-02 오전 7:56:08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송승현 박순엽 기자] 미국의 대(對) 러시아 수출 통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 제때 동참하지 못해 상당수 수출 제품은 러시아로 수출 전에 미국 상무부에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러 제재 동참을 발표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일본·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를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조치에서 제외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뒤늦게 전략물자 수출통제 강화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카드 등을 꺼내들었지만 전문가들은 “실기(失期)해 괘씸죄에 걸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전략물자 수출 제한 등 카드 꺼냈지만…한발 늦은 대응


이데일리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략 등에 관해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김꽃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나다순) 등 전문가 등 6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정한 전략물자 품목의 수출을 사실상 불승인하는 방식으로 전략물자 수출 심사 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핵물질과 재래식무기, 생화학무기 미사일기술 등과 관련한 물품을 수출할 경우 강화된 통관심사를 적용해 사실상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비전략물자이지만 미국이 독자적 수출통제 품목으로 정한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계부처들이 조치 가능한 사항을 검토해 조속히 확정할 예정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결국 미국의 수출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얘기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한동안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비슷한 조치를 적용하거나 적용할 의사를 밝힌 유럽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 등은 FDPR 적용이 제외됐지만 한국은 예외국 명단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결과라는 지적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지난 1월부터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 가능성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충분히 대응책을 모색할 시간이 있었다는 얘기다.

구기보 교수는 “늘 우리나라는 끌려다니다가 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국제 협조에서 불리할 수 있다”면서 “소극적인 수준으로 마지못해 제재에 동참하는 방식이 되면 동맹국 위상도 떨어지고 다른 부분 협조를 얻어내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인교 교수도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FDPR 적용 제외를 받지 못한 게 궁금하다”면서 “늦게나마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여러 차례 미국과 정책 공조를 맞추지 못한 경우가 여러 있어 쉽게 예외국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과 찰떡같은 정책 공조에 나서야 국내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미국과 협조를 누차 강조했다.

뒤늦게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3일께 미국을 찾아 FDPR 제외 등과 관련해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면담자도 확정되지 않는 등 결과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꽃별 연구원은 “반도체 경우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로 직접 수출 나가는 비중은 적은 편이지만, 러시아 자동차, 가전 공장에서 반도체 수급이 이뤄져야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서 “뒤늦게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FDPR 면제를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예상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원목 교수는 “청와대는 러시아의 침공이 있을 때 며칠간 교민 보호 최선 다한다고만 입장을 발표했는데, 미국에서 봤을 때는 대러 제재에 한국이 참여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이는 엄청난 악수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FDPR 제외는 예단하긴 어렵지만 상당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미 한국이 한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러시아 관련 제재가 심해질수록 기업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국제 사회와 러시아 투트랙 전략 유기적 운영해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의 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기업들이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준 국민대 교수는 “전 세계가 러시아 전쟁에 규탄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는 양자차원에서 수습하고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와 러시아에 대한 투트랙 전략을 유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초반에 대러 제재의 심각성과 엄중성을 몰랐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러시아 제재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입는 피해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인정받아야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도 우리 한국이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람 맞아?…가까이 보니
  • 상큼한 'V 라인'
  • "폐 끼쳐 죄송"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