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의 대표 작가 아니 에르노(82)는 계급·젠더 불균형을 예리하게 포착한 자전적 소설들로 매년 수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다.
에르노 문학의 핵심은 자전적 글쓰기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는 쓰지 않는다’는 집필 철칙으로도 유명하다. 말대로 그는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날것 그대로의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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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사건’(민음사), ‘그들의 말 혹은 침묵’(민음사), ‘탐닉’(문학동네), ‘집착’(문학동네), ‘남자의 자리’(1984Books/일구팔사북스),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세월’(1984Books/일구팔사북스) 선집 ‘카사노바 호텔’(문학동네) 등 최근 3년간 15권이 번역 출간됐다. 문학동네, 민음사, 일구팔사북스 등 국내 굴지의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출간했다. 그만큼 국내 출판계는 물론 독자들도 주목하는 작가다. 비교적 짧은 글, 가공도, 은유도 없는 담담한 문체가 특징이다.
특히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는 프랑스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쾌거를 이뤘다. 갈리마르는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이 주로 묶인 시리즈로, 생존 작가가 편입된 것은 에르노가 처음이다. 2003년에는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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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단순한 열정’은 다니엘 아르비드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해 2020년 칸 국제영화제에 선보여지기도 했다. 유명작가이자 문학교수의 불륜이라는 선정성과 함께 에르노의 실제 불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출판 당시 평단과 독자층에 큰 충격을 안기면서 그해 최고의 화제작이 된 작품이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에르노를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선정 이유로 “에르노는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라며 “그는 작품을 통해 젠더, 언어, 계급적 측면에서 첨예한 불균형으로 점철된 삶을 다각도에서 지속적으로 고찰, 길고도 고된 과정을 통해 작품세계를 개척해왔다”고 평했다.
에르노는 이날 스웨덴 공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이것이 제게 대단한 영광이라고 본다”면서 “그리고 동시에 내게 주어진 대단한 책임감”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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