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남인도의 미술을 만나다…'스투파의 숲' 전

스투파 장식 조각 등 97점 소개
"남인도 미술 관련 전시 처음"
2024년 4월 1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 등록 2023-12-26 오전 5:30:00

    수정 2023-12-26 오후 5:33:48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남인도에서는 일찍부터 국제 교역으로 상인과 장인 계급이 많은 부를 축적했다. 그들은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고안할 만큼 유쾌한 상상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이런 상상력은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조각에 나타난다. 머리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동전을 한 남성이 오른손으로 받치고 있는 형태다. 과거 인도인들은 숲속의 정령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었는데 남성형 신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렀다. 자연의 정령이던 이들은 불교가 전해지면서 스투파(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 장식의 조각으로 등장했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00년 전 남인도의 미술을 소개하는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가 찾아왔다. 내년 4월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23년 마지막 특별전으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렸던 ‘나무와 뱀: 인도의 초기 불교미술’(Tree & 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전을 재구성했다.

출품작 97점 가운데 절반 이상은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무렵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이다.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의 12개 기관과 영국박물관, 개인의 소장품도 소개한다. 발굴 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던 유물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류승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인도의 불교미술은 그간 북인도 미술을 중심으로 소개돼 왔다”며 “국내에서 남인도 미술 관련 전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메트 전시는 학술적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 전시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며 “‘숲’이라는 키워드에는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는 메시지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 특별전 전경(사진=김태형 기자).
전시는 스투파 조각을 중심으로 남인도 불교 미술품들을 보여준다. 풍요로운 자연이 있었던 남인도인들은 불교가 전해진 이후에도 자연과 생명의 상징을 스투파 조각 장식에 사용했다. 자연의 정령을 의인화한 약샤(약시), 물속에 사는 전설의 동물 마카라 등이 불교 조각 속에 등장하는 이유다. 전시에서는 풍요의 신 락슈미를 표현한 사암 조각상 등을 볼 수 있다.

인도 전역을 통일한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북부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에서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의 8만4000개 스투파에 나눠 안치했다. 북인도 피프라와 스투파에서 출토된 사리, 아소카왕이 사리를 다시 나눌 때 넣었던 보석도 전시해 놓았다.

스투파의 기본 구조는 사리를 둘러싼 원통형 벽 위에 반구형 봉분을 쌓아 올리고 우산 모양의 장식인 산개(傘蓋)를 얹은 형태다. 인도인들은 석가모니의 불상이 아닌 각종 상징으로도 스투파를 장식했다. 보리수 아래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를 나타내는 빈 좌대, 꺼지지 않는 태양 같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수레바퀴 등은 스투파 장식 조각에 자주 등장한다. 석가모니가 이룬 기적을 상징하는 불을 뿜는 기둥 상징도 찾아볼 수 있다.

피프라와 스투파에서 출토된 보석(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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