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읽는 증시]<9>대우건설 매각 실패의 단초 '빅 배스'

  • 등록 2018-02-12 오전 12:00:09

    수정 2018-02-12 오전 12:00:09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대우건설(047040) 주식이 이틀 만에 약 11%가 떨어졌습니다. 대우건설이 7일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생긴 잠재손실 3000억원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입니다. 호반건설은 다음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습니다. 호반건설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최근 발생 일련의 문제들을 접하며 과연 우리 회사가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의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진행했고, 아쉽지만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대우건설은 3000억원 손실이 사피 발전소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해 재제작에 들어가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같 사고는 올해 초 발생했음에도 회계처리는 지난해에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한 셈입니다.

빅 배스의 사전적 의미는 ‘목욕을 해서 때를 씻어낸다’입니다. 회계적으로는 회사들이 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몰아서 반영해 손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회계장부에 드러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한 기업의 새로운 CEO가 취임 직후 빅 배스를 시행합니다. 새 CEO가 기업에 오기 전 모든 손실은 ‘과거’에 몰아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회계연도의 영업이익 등 실적이 현저히 낮아지는 탓에 일종의 기저효과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이번 대우건설의 빅 배스는 CEO 교체 때문은 아닙니다. 대우건설 측은 빅 배스 이유에 대해 “사고를 인지한 시점에서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 최근 수주산업 회계처리 방향”이라고 설명합니다. 사피 발전소 사고를 인지한 뒤 가장 이른 시점에 회계처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7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던 영업이익이 4373억원으로 줄어들고 이같은 어닝쇼크로 주가도 폭락했지만, 대우건설이 말한 대로 빅 배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분식회계 의혹도 피할 수 있습니다. 건설이나 조선 등 수주산업은 공사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된다는 특성상 수주한 금액을 공사 기간에 따라 나누어 매출에 일정하게 반영합니다. 비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양한 이유로 당초 예상했던 총예정원가가 갑자기 늘어나 추가적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설사는 이처럼 그때그때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처리합니다. 이번 대우건설의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 사고도 이에 해당합니다.

만약 추가적 손실을 인지하고도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면 분식회계가 됩니다. 인지 시점보다 과거 시점에 손실을 반영하는 빅 배스와는 정반대 개념입니다. 대우건설의 사피 복합화력발전소로 예로 들면 발생한 손해를 알고서도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다면 분식회계, 이번처럼 미리 반영했다면 빅 배스인 것입니다. 대우건설 측이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 손실을 늦게 반영하면 은폐 의혹 보단 분식회계가 될 수 있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금액을 잡은 것“이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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