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진의 월급봉투] “최저임금 올라도 실제로 마이너스 될 수도”

노동계 실질임금 삭감 주장…제도 퇴색 우려
성인 2명중 1명 최저임금법 개정안 반대
내년 최저임금 결정 난항…대폭 상승도 힘들 듯
  • 등록 2018-06-03 오전 9:00:00

    수정 2018-06-03 오전 9:00:00

민주노총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최저임금법 개정안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달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용자 마음대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조치라며 강조한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하며, 6월 한 달간 서명운동에 돌입한다.

일반인들도 이번 개정안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6.3%로 나타났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36)씨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면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이 의미가 없다”면서 “최저임금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전해주기 위한 장치로 알고 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도 자체가 퇴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노동자들에게 악법일까. 복수의 노무사와 함께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Q.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노동자에게 왜 불리한가?

A.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실질임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동자들 입장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항목은 법에 명시돼 있는 데, 상여금이나 식대, 교통 등 복리후생비를 임금으로 보지 않았다.

Q.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가?

A. 개정안은 상여금의 일부, 복리후생비의 일정부분을 최저임금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기존 최저임금은 오르지 않았더라도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를 포함으로 인해 최저임금은 오르는 꼴이 된다. 가령 내년에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를 올렸다고 해도 어떤 노동자는 기존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임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노동자는 그 효과를 봐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해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주는 기존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Q. 또 다른 문제점은 없는가?

A. 이번 개정안은 상여금을 매달 한번 주는 걸로 변경하려면 노동조합, 노조가 없다면 노동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밟도록 했다. 하지만 ‘합의’가 아니라 ‘협의’로 해 놨다. 이는 사장이 마음대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Q.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계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가 있다고 보는가?

A. 합의를 이끌어 내기 힘들 것이다.

Q. 대안은 없는가?

A. 두 가지 케이스가 있을 수 있다. 먼저 개정안을 폐기해서 새롭게 논의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문민정부 때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적이 있었지만 노동계가 일제히 들고 일어나면서 개정안을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보름정도 후 바로 폐기돼 사실상 법이 시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국면에선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해도 현 정부의 기조를 봤을 때 폐기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로 인해 두 번째 경우로 최저임금 인상폭을 대폭 올리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노동자들이 한발 물러선다는 전제하에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당초 10%로 정했다면 20%로 올리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사용자가 양보하는 방향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Q.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움직임이 일 가능성은 있는가?

A. 개정안은 일률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상여금을 많이 주는 기업이 있는 반면 상여금이 없는 기업도 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방안도 쉽지 않을 것이다.

Q. 만약에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가?

A. 가난한 식당주인 등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장 주인은 최저임금은 다 올리고, 지급하는 상여금은 없다. 결국 이번 법 개정 혜택을 못 본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사업장을 운영하기 더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Q. 개정안의 수혜자는 누구인가?

A. 개정안의 수혜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주는 영세업체 사업주가 아니라, 상여금과 식대를 지급하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의 사업주다.

Q.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안을 논의한 게 이번이 처음인가?

A. 옛날부터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는 항상 얘기됐던 것이다.

Q.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사업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는가?

A.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도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없어 노사 간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사업주는 노동자들과 협의만 하면 되니까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것이다. 모든 기업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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