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리한 입찰'…인천공항 면세점, '승자의 저주' 되풀이 하나

공항공사 최저액 30~40% 낮췄는데
신라 2698억원·신세계 3370억원, 각각 34%·64% 이상 써내
여객수에 따라 5년차엔 임대료 최대 40% 이상 증가
과도한 입찰 경쟁에 업계 우려 증폭
  • 등록 2018-06-12 오전 5:30:00

    수정 2018-06-12 오전 8:57:13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구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내 면세점 일부 사업권의 최종 주인이 오는 20일께 가려질 전망이다. 신라와 신세계가 복수사업자 후보로 선정된 가운데, 업계에선 이번에도 과도한 임대료에 따른 ‘승자의 저주’에 시달렸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 높은 임대료에 사업권 반납…전철 밟나

11일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사업권 입찰에서 호텔신라(008770)는 2698억원(DF1 2202억·DF5 496억), 신세계디에프(DF1 2762억·DF5 608억)는 3370억원을 각각 입찰가로 적어냈다.

‘임대료가 과도하다’라는 지적에 시달렸던 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최저수용금액을 종전보다 30~40% 낮춰 불렀다. 화장품·향수와 탑승동 전 품목을 취급할 수 있는 DF1 사업권이 1601억원, 의류·피혁 부문에 해당하는 DF5 사업권이 406억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신라와 신세계는 최저수용금액보다 각각 34%, 64% 이상 적어냈다. 여기에 임대료는 향후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별 입찰가격 (그래픽=이성웅 기자)
공항공사는 이번 입찰을 진행하면서 여객 증감에 맞춰 임대료가 바뀌는 조건을 내걸었다. 최대 증감 한도는 전년도 임대료의 ±9%다.

만일 신라와 신세계 어느 한 쪽이 사업권 2개를 모두 가져간다면 총 5년간 낼 예상 임대료는 신라가 최대 1조 6146억여원, 신세계가 최대 2조 169억여원에 달한다. 5년 차인 오는 2023년엔 임대료를 1년 차 대비 40% 이상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특히 공항공사 측이 “임대료가 떨어질 일(여객이 감소할 경우)은 거의 없을 것”이라 확신하는 만큼, 임대료 부담이 점차 늘어날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업권을 가져가려는 업체 간 과열 경쟁으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이번 입찰전이 진행된 계기도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가 과도하게 써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권을 반납해서였다.

인천공항 면세점 예상 연간 임대료 (그래픽=이성웅 기자)
롯데면세점은 지난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해왔다. 3기였던 2015년 3월부터 오는 2020년 8월까지 롯데면세점이 내야 했던 4개 구역 임대료는 4조 1412억원에 달한다.

앞선 3기 사업자 입찰 당시엔 이번과 달리 입찰기업이 매해 낼 임대료를 직접 정하는 구조였다. 당시 롯데는 1~2년 차 대비 3년 차부터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려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매출은 떨어졌지만, 임대료는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다다랐다. 결국, 롯데는 중도 해지 위약금 격으로 1870억원을 내고 사업권을 포기했다.

신세계도 ‘승자의 저주’를 경험한 바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3년 김해공항 면세점 DF1 사업권을 따냈지만,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2015년 말 특허권 반납을 선언했다.

김해공항 입찰 당시 신세계는 기존 운영자였던 롯데 연간 임대료보다 140억원가량 높인 640억원으로 사업권을 획득했다.

앞선 조기 철수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면세점 측은 “사드 조치 해제 이후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에 있다”면서 “이번 입찰가는 과거 롯데 임대료의 절반 수준으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해 볼 만 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출혈 경쟁…면세사업 전반에 악영향”

과도한 임대료로 중도 철수 기업이 발생하면 결국 면세업체나 공항공사 모두 손해를 입게 된다. 공항공사가 임대수입을 예측해 재무계획을 짜는데 여기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항공사는 롯데의 철수로 약 1조원 가량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공항공사가 제2여객터미널(T2)을 개장하면서 T1 면세점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입주업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27.9% 인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공항공사나 입주 업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적정 임대료를 매출의 35~38% 수준으로 보고 있다.

롯데가 반납한 사업권을 통해 벌어들인 지난해 매출은 약 8000억~9000억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공사가 T2 개장에 따라 예상한 올해 T1 승객 감소분(27.9%)을 적용하면 예상 매출은 5800억~6500억원 수준이다.

즉, DF1과 DF5를 합쳐 적정 임대료는 연간 2275억~2470억원 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신라는 입찰가로 적정 임대료보다 약 228억~423억원, 신세계는 900억~1095억원 더 써낸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로 과도한 지출이 예상된다면 앞선 사례들처럼 면세점 영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다”라며 “최근 같은 출혈 경쟁은 나아가 면세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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