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잘 둔 덕?…시멘트회사 삼표 현대차 계열사되나

공정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동일인 지정 고심
정 회장 동일인 지정시 장인회사 삼표도 계열사 편입
동일인 기준 4촌이내 인척 회사 계열사 편입 규정 탓
21세기 연좌제 동일인 제도…‘사실상 지배’ 기준 모호
  • 등록 2021-03-15 오전 5:00:00

    수정 2021-03-15 오전 9:21:45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한국에만 있는 ‘재벌규제’인 동일인(총수) 제도는 종종 일반의 상식과 괴리된 결과를 내놓고는 한다. 대표적인 게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게 누구냐를 따지는 동일인 지정문제고, 두번째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인사의 친인척이 소유한 계열사의 그룹 편입 건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과거 관행대로 정 명예회장을 동일인으로 유지할지, 세태변화를 감안해 정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지 고심 중이다.

만일 공정위가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정 회장으로 변경하면 시멘트가 주업종인 삼표그룹이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된다. 이 그룹의 오너인 정도원 삼표 회장이 정 회장의 장인이어서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6촌이내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이 각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30%이상을 소유하면 공정위는 이 회사에 동일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계열사로 편입한다.

삼표는 정도원 삼표회장이 지분 81.9%를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로, 삼표산업, 삼표시멘트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기초소재인 레미콘, 골재, 시멘트 제조 등이 주요 업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에 대한 동일인 변경을 고려해 정도원 회장 뿐 아니라 정도원 회장의 인척들이 보유한 삼표 계열사 지분 정보까지도 취합하고 있다. 자칫 주식소유현황을 잘못 제출할 경우 최악의 경우 정 회장이 검찰에 고발당하는 등 곤욕을 치룰 수 있어서다.

지난 2월 18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21세기 연좌제 동일인 제도…‘사실상 지배’ 기준 모호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이 21세기에도 이같은 ‘연좌제’로 묶인 것은 1987년대 만들어진 대기업집단(재벌) 규제 때문이다. 재벌의 선단식 경영, 가족간 경영에 따른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 제도의 핵심은 동일인 지정이지만, 공정거래법에는 동일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다. 법에는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이라고만 규정돼 있다. 동일인 지정 기준인 ‘사실상 지배’ 여부는 시행령에서 지분율 또는 지배력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정량 조건은 주식 ‘지분율’이고 정성 조건은 ‘지배적 영향력’이다. 대체로 재벌 1,2세대는 지분율 요건이 크게 반영됐다. 동일인이 순환출자구조상 핵심이 되는 기업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3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회사 지분이 적어도 동일인이 회사의 임원을 선임하거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지 여부를 따진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동일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동인인을 지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처음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는 논란이 없었겠지만, 3세대로 넘어오면서 기존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쉽지 않은데도 공정위가 제도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계열사 범위가 광범위하다보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대차, 삼표그룹처럼 동일인과 무관한 회사가 계열사로 딸려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 건설회사인 호반그룹의 계열사로 사돈기업인 세기상사가 계열사로 포함되기도 했다. 세기상사는 서울 중구 충무로에 소재한 대한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동일인제도 개선한다던 공정위 수년째 손놔

그나마 공정위는 친족독립경영제도를 만들어 놓긴 했다. 동일인의 친족이라도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공정위는 계열사에서 제외한다. 다만 △각 회사의 동일인의 보유 지분이 3% 미만 △독립경영자가 보유한 동일인 계열사 지분이 3% 미만 △임원의 상호 겸임 없음 △동일인 계열회사와 친족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 부당한 대규모 내부거래 없음 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동일인 제도 및 대기업규제 개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 2019년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동일인 변경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공정위는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지정절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공정위 핵심 관계자는 “내부에서 여러 토론을 하고는 있다”면서도 “동일인 지정방식을 바꿀 경우 대기업정책 전체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주요 대기업들은 경영형태가 많이 개선됐지만, 상당수 그룹은 여전히 과거 재벌 경영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제도 개선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제도개선은 어렵겠지만, 공정위가 중장기적으로 기업 변화에 맞춰 재벌 정책을 개선할 수 있도록 준비과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5년간 지속되어온 재벌규제의 틀이 그간의 환경변화와 재벌의 내부적 변화 등을 감안해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면서 “차기 정부 과제로 다뤄질 수 있도록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소유지분도. 정의선 회장이 동일인이 되면 삼표그룹이 일단 계열사로 편입된다.


▷용어설명: 동일인

사실상 그룹 사업을 지배하는 자. 지분율 또는 임원선임·주요 의사결정여부 등을 고려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다. 동일인이 지정되면 6촌이내의 혈족·4촌이내의 인척의 지분율 등을 고려해 계열사 범위를 정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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