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황 포트폴리오' 본 서학개미…"곤두박질 中 기술株 담아?"

GSX·IQ 지난주부터 63~37%↓
이노무라·크레디트 20억달러 손실
20~24일 '스킬즈' 대거 순매수
고금리·美정부 규제 투자 주의를
  • 등록 2021-03-31 오전 12:13:00

    수정 2021-03-31 오전 8:56:38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빌 황(Bill Hwang)이 털린 주식들 지금 사면 되나요?”

아케고스(Archegos) 캐피털 매니지먼트 반대매매 사태가 월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학개미들이 이 회사 대표인 ‘빌황의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디폴트(불이행)로 이케고스가 보유한 주식이 싼값에 블록딜(대량 매매)이 나오자, 일부 종목은 하루 만에 약 30% 하락하는 등 폭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중국 기술주인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금리 급등과 중국 정부의 규제 이슈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中 기술주, 지난주 최대 63.3%↓

그래픽=김정훈 기자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29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인 디스커버리(DISCA)와 비아콤CBS(VIAC)는 각각 46.6%, 53.8% 하락했다. 지난 26일 하루에만 각각 27%씩 내렸는데 이는 일별 기준 디스커버리의 경우 2008년 9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비아콤CBS은 1990년 이후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게임 플랫폼 스킬즈(SKLZ)도 지난주부터 전날까지 30% 하락했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방식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도 같은 기간 크게 내렸다. 온라인 교육업체인 GSX 테크듀(GSX)는 지난주부터 전날까지 63.3% 급락했다.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도 40.4%, ‘제2의 알리바바’로 떠오르던 중국 여성 온라인 쇼핑몰 VIP숍 홀딩스(VIPS)도 37.4% 각각 내렸다. 이밖에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TME), 바이두(BIDU)도 34.1%, 20.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홍콩증시에 상장된 바이두와 텐센트 홀딩스 역시 18.7%, 2.2% 하락했다.

이같은 폭락은 아케고스에서 나온 반대매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당 종목들은 모두 아케고스의 포트폴리오다. 최근 미국채 장기 금리 급등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 ADR을 상장 폐지할 거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중국 기술주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노무라증권, 크레디트스위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마진콜을 요구한 것이다.

이케고스는 50억달러를 순자산으로 최소 5배 레버리지를 사용해 투자하는 ‘고위험 고수익’ 운용사다. 레버리지 규모가 큰 만큼, 요구된 증거금 규모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케고스가 제때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고객사인 IB들은 일제히 담보로 잡고 있던 동사 주식을 내다 판 것이다. 디스커버리와 비아콤CBS의 폭락이 시작된 지난 26일, 아케고스 관련 블록딜 규모가 300억달러(34조원)에 달하고 주식 청산 규모는 200억달러인 것으로 파악된다. 여진은 증권주 하락으로 이어졌다. 포지션 정리를 일찌감치 마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노무라와 크레디트 스위스는 각각 20억달러(2조26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두 회사 주식은 지난 29일 각각 14%, 11.5% 하락 마감했다.

“中 기술주 ‘이중고’…섣부른 투자 삼가야”

서학개미들은 다소 들뜬 분위기다. 일명 ‘빌황 포트폴리오’로 불리는 종목들에 관심을 보이며 저가 매수 시점을 재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반대매매 사태로 폭락한 대부분의 종목을 매수해 인증하고 있다. 실제 일부 종목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22~24일 서학개미는 스킬즈(SKLZ)를 일별로 340만달러, 311만달러, 615만달러 각각 순매수했다. 지난주 주가 하락이 깊어지면서 매수규모를 늘린 셈이다. 같은 기간 바이두(BIDU)도 297만달러, 278만달러, 373만달러 사들였다. 세이브로는 전날인 29일까지의 결제 규모를 공개한다. 매매일로부터 T+3 공표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매매 동향은 24일까지만 알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급작스런 비중 확대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특히 중국 기술주의 경우 상황이 부정적이란 평가다.

정정영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 속도가 둔화됐다 해도 방향은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 이는 확실히 성장주엔 부담스러운 환경”이라며 “게다가 이번 아케고스 관련 중국 기술주는 대부분 플랫폼 기반 기업인데, 중국 정부가 최근 해당 분야의 규제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기술주라는 게 단기적으로 드라마틱한 실적이 나오기 힘들다는 측면에서도 당분간 중국 기술주 투자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앞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지난주부터 29일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5% 상승하는 등 지수는 안정적인 모습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케고스 블록딜 사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현재까지 공개된 종목들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주도주가 아니며 비중도 낮아, 게임스탑 사태처럼 일시적인 수급 꼬임은 일어날 수 있지만, 전체가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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