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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도 한때는 지금의 이민호, 김수현이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1987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해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드라마 ‘질투’ 등 트렌디한 작품을 통해 대표 청춘스타로 큰 사랑을 받았다. 30대부터는 정극과 사극을 오가며 스타보다 연기자로 신뢰감을 쌓았다. 특히 ‘아들과 딸’ ‘첫사랑’ ‘태조 왕건’ 등을 크게 성공시키며 전 세대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요즘 현빈 손예진 커플의 결혼 소식이 연일 화제인데, 29년 전인 1993년에는 최수종 하희라 커플의 결혼이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최수종은 한 마디로 1980~90년대의 아이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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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해볼래’ 넌지시 건넨 말인데, 돈 벌 수 있다고 하기에 무조건 한다고 했다. 연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지금 같으면 데뷔는 꿈도 못꿨을 거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항상 촬영 현장에 한, 두 시간 먼저 가서 기다렸다. 처음에는 대사가 몇 마디 없으니까 특별히 할 게 없어서 남의 대사까지 모조리 외웠다. 그러다 보니까 욕심이 났다. 잘하고 싶어서 아무나 붙잡고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배운 것이 습관이 돼 연기 인생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연기 경력 35년의 베테랑인데도 대본을 보다가 어색한 것 같으면 주위에 묻는다. 주로 그 대상은 연기 선배들이다. 다짜고짜 전화 걸어 가르쳐 달라고 한다.
“같은 대사라도 배우마다 톤, 감정이 다 다르다. 선배들이 하는 대사를 듣다 보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어 놀라고 감동을 받는다. 저는 제 연기가 늘 아쉽고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 이 나이에도 ‘선배님, 저 이거 한 번만 읽어봐 주세요’ 부탁한다. 저는 좋은데 오히려 선배들이 ‘왜 네가 이런 걸 나한테 물어’ 라면서 쑥스러워한다.”
그는 “예전에는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욕을 먹었는데, 지금은 또 사극을 하느냐고 욕을 먹는다”며 “막상 작품이 방송하면 언제 그런 말이 있었느냐는 듯 잦아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고 연륜 있는 이의 겸손과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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