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진짜 '안보공백'이 몰려온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등록 2023-09-20 오전 5:30:00

    수정 2023-09-20 오전 5:30:00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준비하던 민주당이 안보 공백을 염려하여 탄핵을 접었다고 한다. 장관이 사실상 ‘경질’당한 마당에 탄핵까지 갈 것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관의 탄핵과 무관하게 진짜 안보 공백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국방 현안에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필자는 크게 3가지를 우려한다. 하나는 북핵 등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다. 최근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으로 북한발 위협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투력의 핵심인 초급간부들의 약화이다. 지원율을 비롯한 모든 지표에서 심각한 하락세가 발견된다. 마지막 하나는 대한민국 군대가 병사들의 불만만 챙기는 관리형 조직으로의 전락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방부나 군 지휘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고도화로 집약된다.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에서 핵심전력 및 비대칭 대응전력을 집중 보강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모두 7.1조원을 배정했다가 밝혔다. 작년 예산이 5.3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증액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지휘·정찰 관련 예산 1.5조원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한국형 3축 체계 예산은 5.6조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휘·정찰의 경우 작년(2.7조원)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다. 확대해도 모자랄 판인데, 거의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이런 식의 추격형 대응으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초급간부에 대한 조치 역시 실망스럽다. 단기복무장려금의 인상(33%) 등 몇 가지 처우 개선책을 내년도 예산에 포함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병사들 월급은 더 큰 폭으로 인상되어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그동안 숱하게 약속했던 당직수당 인상안은 사라져버렸다. 당직수당의 인상이 중요한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공무원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당을 지급한다면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내년도 국방예산안으로 본다면, 초급간부 문제가 약화되면 되었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초급간부 문제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다.

병사 관리 또한 심각한 문제다. 병사들의 인권을 고려한 각종 신고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임병을 쫓아내거나 간부나 지휘관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게 현실이다.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병사들이 꾀병을 부리거나 훈련을 기피해도 간부들은 이들을 통제하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기 어렵고, 병사들의 불만을 살만한 일을 피하기 마련이다. 결국 전쟁이 나도 싸우지 못할 당나라 군대로 전략했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병사들의 인권 보장과 처우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군인으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과 임무가 방기되어서는 안된다. 병사들은 군인으로서 교육훈련에 충실해야 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힘든 일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지휘관이나 간부들이 병사들의 눈치나 보는 한심한 사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와 군 지휘부는 이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와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지휘권 보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늘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강한 군대는 필요한 방위전력과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병들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군대는 북한의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 확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군대의 허리인 초급간부들의 충원율은 떨어지고 질적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병사들이 너무 많다. 이런 군대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보 공백이 아닌가 한다. 새 국방부 장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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