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WWEF]"여성 공감 DNA 절실..사회적 중성 수술 필요"

광고계 대부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성성 대신 여성 고유 섬세함 키워야"
관계를 끊는 연습도 필요..불평 줄여야
  • 등록 2014-09-26 오전 6:00:00

    수정 2014-09-26 오전 9:26:37

박웅현은 여성의 타고난 공감, 배려, 설득 능력이 향후 우리 사회에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여성적 감수성이 절실한 시대라고 강조했다.(사진=한대욱기자)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타인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지금, 여성의 공감 능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과거 산업화 때처럼 강력한 추진력이 요구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설득이야말로 사회와 관계를 이끄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등의 카피로 광고계에 한 획을 그은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여성의 공감 능력이야말로 미래를 이끌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박웅현은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가 내달 30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개최하는 ‘세계여성경제포럼 2014’ 연사로 나서 인생의 선배이자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의 관계 맺기를 고찰한다.

“공감, 배려 부러워..중성수술 하고 싶을 정도”

박웅현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7만 년 동안 인류가 진화하면서 축적한 DNA를 예로 들었다. 사냥을 담당하며 숲을 헤매고 다녔던 남성은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고, 공동체 안에서 재배 등을 했던 여성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거나 정리를 하는 식의 일을 경험으로 익혀 잘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봐도 사내아이는 칼싸움을 즐겨 하고, 여자 아이는 엄마 아빠나 간호사, 선생님 등을 따라하는 역할놀이를 많이 한다. 여성이 감정이입 능력이나 배려 면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몇 년전 제작비가 10억 원이 넘는 호주 로케이션 자동차 광고 촬영때였다. 독일에서 차를 싣고 오는 배가 세관에 막히고, 호주 현지 스태프와 일이 꼬이는 등 너무 복잡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그때 여자 후배가 다가오더니 ‘우선 독일 사무실에 전화한 후 호주 세관에 접촉하고...’ 이렇게 순서대로 일을 정리한 적이 있었다.

박웅현은 “남성들은 쾌도난마로 일을 추진하는 능력은 좋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일들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능력은 여성이 더 뛰어나다”며 “이런 능력을 배우고 싶어서 중성 수술을 하고 싶을 정도다. 그동안 과할 만큼 남성성이 대세를 이뤘던 우리 사회도 전반적으로 중성 수술을 받아야 할 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女, 남성성 키우기보다 고유 장점 내세워야”

그는 여성의 공감, 배려, 포용 능력이 미래 사회를 좌우할 원동력이 된다고 믿고 있다. 여성들이 사회적인 관계를 이끌 때 남성성을 탑재하기보다 이런 고유의 능력을 더 극대화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세월호 사태 때도 그랬듯이 타인의 슬픔에 감정이입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 교육이 타인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시험을 잘 보는 기능적 인간을 만드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여성적인 감수성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는 산업화 이후 강한 추진력을 필요로 했던 근대를 벗어나 융합, 조화 등이 필요한 컨버전스 사회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지금은 이미 있는 것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이를 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한 때다. 여기서는 흔한 조합인데 다른 곳에 가서는 새로운 창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안목. 여성적인 세심함과 배려가 바탕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라고 강조했다.

“불평없이 묵묵한 모습 아쉬워”

남성성이 아닌 여성의 강점을 잘 발휘해 리더가 된 예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무티(엄마)’ 리더십을 꼽았다.

남자보다 더 남자 같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집권 기록을 깨고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비결은 야당은 물론 노동계 대표들을 만나 설득하고 소통하는 엄마 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함께 일하기 좋은 여성 동료 타입도 미리 거래처에 연락을 넣어두는 식으로 센스있게 분위기를 잘 조성해 설득과 타협을 잘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성이 관계 형성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관계를 끊는 점이라는 답이 나왔다.

박웅현은 “여성들이 관계를 끊을 때 이에 얽매이고 괴로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관계를 잘 끊을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며 “단순무식하게 관계를 정리하고 이후 강력한 힘으로 명쾌하게 일을 진행시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평이 많은 것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다녀온 히말라야 출장 얘기를 들려줬다. 눈보라가 치고, 장비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을 때 여성 동료들은 이곳저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안 된다고 불평을 했다. 그러나 평소 세심하지 못하다고 혼냈던 남자 후배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불평 없이 일을 처리해내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가끔은 힘들어도 이게 정답인지 저게 정답인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게 필요해요. 눈보라를 맞으면서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걷는 자세. 관계를 다지는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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