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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을 맞은 그는 “직원들에게 ‘민간영역에서 하는 건 하지 말라’고 말한다”며 “제품이 품질이 낮으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부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민간과 중복되는 연구를 하는 것은 기술이 이미 보편화돼 수월하기 때문이다”고 쓴소리도 했다.
KERI는 이와 관련, 고체전해질 2차전지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레이저 전자형광내시경 등을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기업이 아직 나서지 않았거나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KERI에서 34년째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연구기관은 자율성과 전문성 확보가 성과를 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원들이 평가나 학술논문 등에만 신경쓰면 성과가 안 나온다”며 “직원들에게 ‘평생 한 건만 제대로 해라. 그러면 놀아도 된다’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직원당 1개가 아니라 팀당 1개만 제대로 해도 성과가 충분하다고도 했다.
국가 R&D의 낮은 생산성 문제는 ‘잘못된 과제선정’에서 비롯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 연구기관이 필요없는 분야에 굳이 나서다 보니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간과 중복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KERI는 창원 본원과 경기 의왕·안산의 2개 본원에 모두 630여명의 직원이 있다. 박 원장은 “과학기술 분야 연구원은 기여순위가 첫째 ‘인류’여야 하고, 둘째 ‘국가와 사회’, 셋째 ‘소속기관’, 마지막이 ‘본인’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연구기관은 이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됐다”며 “우리 직원들은 인류를 위한 연구에 최우선을 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