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체험기]'호갱' 피하려 직구 했다가...'세금폭탄'

'구매금액' 잘못 입력해 관세·부가세 폭탄
구매대행업체 자동입력 시스템 이용한 게 화근
정보 없이 첫 직구 뛰어들었다 '수업료' 톡톡
  • 등록 2014-12-10 오전 6:00:00

    수정 2014-12-10 오전 8:04:06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나는 들떠 있었다. 미국 사이트에서 구매한 아이 옷이 배송대행지를 거쳐 국내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제 통관만 거치면 이번 주 내로 아이 옷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초보 엄마의 첫 해외 ‘직구’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직구도 별거 아니네.’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왜 그동안 아이 옷을 제값 다 주고 샀던가. 후회가 밀려왔다. 백화점에서 본 10만원대 아이들 재킷이 미국 사이트에는 정가가 6만7000원이다. 여기에 블랙프라이데이 50% 할인까지 더해지면 3만원대면 구매할 수 있다. ‘내가 바로 호갱님이었구나.’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더는 ‘호갱님’이 되지 않겠다고 몇번을 다짐했다.

아무리 초보 직구족이라고 하지만 명색이 기자 아닌가. 먼저 주변에서 정보를 대충 모았고, 블로그와 기사도 참고했다. 나름대로 꼼꼼한 사전 조사를 거쳤다.

가장 먼저 배송대행 사이트에 가입해 고유 사서함 번호를 받았다. 미국 내 배송을 받을 주소다. 아이 옷을 구매할 갭 사이트에도 회원가입을 했다.

아이의 재킷 3벌과 두툼한 티셔츠 3벌, 얇은 티셔츠 한 벌과 털모자까지 구매하니 총 구매금액은 300달러다. 이미 직구 경험이 많았던 선배는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코드를 꼭 입력해야 해. 안 그러면 미국으로 직접 전화해서 환불해야 한다”고 했던 충고를 가슴에 새기며 정성스럽게 할인코드를 입력했다. 8개 품목의 가격이 150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게 다 해서 150달러라니!’ 횡재나 다름 없었다.

미국 내 주소는 배송대행지가 정해준 고유 주소를 적었다. 특히 의류나 신발에 대한 소비세가 면세되는 미국의 뉴저지를 배송대행 장소로 설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갭 사이트에서 결제를 끝낸 후에는 배송대행 사이트로 이동해 물건을 받아달라는 신청서를 열심히 작성했다. ‘완벽해.’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시련이 닥쳤다. 배송대행 업체가 보낸 관세와 부가세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려 86달러다. 물건값이 150달러인데, 세금이 구매액의 절반이 넘었다. ‘분명히 200달러 이하로 구매하면 관세와 부가세가 따로 없다고 했었는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급히 아이 옷을 구매한 ‘갭’ 사이트를 다시 들어갔다. 내가 결제한 금액은 분명히 150달러였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건 그야말로 ‘세금폭탄’이다. 블랙프라이데이여서 150달러를 할인받았는데, 관세와 부가세 86달러와 배송대행료 24달러를 추가하면 고작 40달러 할인받은 셈이다. 직구 하느라 소비한 시간에, 물건이 잘 도착할까 전전긍긍하며 열흘을 앓았던 것까지 생각하면 ‘고작 40달러 할인받자고 이 난리를 피웠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었다. 배송대행 업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150달러로 적혀 있어야 할 구매금액이 어찌 된 일인지 300달러로 표시돼 있었다.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받기 전 가격이다.

하나하나 따져 물으니, 문제는 곧 밝혀졌다. 배송대행업체의 사이트에 구매한 물품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는데,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배송대행 사이트가 제공하는 자동 입력 시스템을 이용한 게 화근이었다. 배송대행업체의 자동입력 시스템은 물건에 붙은 정가대로 입력된다. 할인 내용은 자동 반영이 안된다.

이럴 때는 소비자가 직접 할인된 구매 금액을 써넣어야 하는데, 처음 도전한 직구족이 이런 디테일한 내용을 알리가 없었다. 통관절차까지 대행하는 배송대행업체 전산시스템에 300달러로 기재가 돼 있으니, 면세 한도를 넘은 것은 물론이고 세금이 더 나온 것도 불가피한 결과였다. 자동입력 시스템만을 믿었던 초보 직구족과 배송대행 업체의 시스템 오류가 빚어낸 참담한 결과였다.

배송대행 업체도 “이미 통관이 된 물건에 대해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기자와 같은 고객들의 전화를 받는다며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기자처럼 구매금액을 제대로 써넣지 못해 세금폭탄을 맞은 ‘동지’들이 적지 않았다.

결제한 금액이 200달러 이하라는 점을 증명하면 관세와 부가세를 일부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관세사를 거치는 비용이 또 추가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요즘은 직구 관련 상담이 하도 몰리기 때문에 관세청 상담 전화 연결도 어렵다고 한다.

그냥 86달러를 내고 말자 싶은 생각이다.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 관세와 부가세의 일부를 환급받는다고 해도 ‘상처뿐인 영광’, 아니 ‘상처뿐인 직구’ 아니던가. 초보 직구족의 첫 해외직구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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