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골디락스'의 역설…신흥국 자본유출 블랙홀 되나(종합)

흔들리는 글로벌 금융시장
뉴욕 연은총재 "美 경제 긍정적"
미국 기축 속도 가속화 가능성 커져
美국채 한달째 3%대 고공행진에
뉴욕·런던 등 선진국 증시도 흔들
韓 증시도 외인자금 빠지며 출렁
  • 등록 2018-10-08 오전 4:00:00

    수정 2018-10-08 오전 4:0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막강한 협의체다.

미국은 각 지역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돌아가면서 FOMC 위원을 맡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런데 뉴욕만은 다르다. 뉴욕 연은 총재는 당연직 FOMC 부의장에 임명되고, 나머지 11개 연은 총재 중 4명이 1년씩 역임하는 구조다. 뉴욕 연은 총재는 연방준비제도(연준) 내 ‘서열 3위’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만큼 통화정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일자리 데이터는 강한 경제의 지속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지난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완전고용 수준을 넘어선 실업률 통계를 확인한 이후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은 3.7%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1969년 이후 무려 49년 만의 최저치다. 윌리엄스 총재는 최근 미국 경제를 ‘골디락스(goldilocks)’라고 표현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가가 안정적인 가운데 성장도 양호한 경제 호황을 뜻한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현재 미국 경제는 놀라울 만큼 긍정적”이라고 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연준 최고위 인사들의 이런 발언은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의 긴축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건실한 신흥국으로 평가 받는 우리나라마저 그 영향권에 들 조짐이다. 미국 초호황의 ‘아이러니’다.

투자 심리 얼어붙자, 증시 ‘와르르’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밤 뉴욕채권시장에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29bp(1bp=0.01%포인트) 상승한 3.2287%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장중 3.25% 가까이 급등했다. 7년여 만의 최고치다. 초장기물인 국채 30년물 금리는 5.52bp 급등한 3.4026%를 나타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1.69bp 오른 2.8850%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18일(3.0592%) 이후 한 달 가까이 3%를 넘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3%는 ‘마의 영역’으로 불렸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자체는 경제 호황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임계치를 넘어서면 기업의 차입비용을 높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연준 최고위 인사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은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요즘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같은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80.43포인트(0.68%) 하락한 2만6447.05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1.35% 하락한 7318.54로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Stoxx 50 지수도 0.93% 떨어졌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호조는 이견이 많지 않다”고 했다. 고용 호조→서비스업 호황→임금 상승→물가 상승→긴축 가속화 등의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3회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높게는 3.25~3.50%까지 빠르게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여지가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월가에서 ‘신(新)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국채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미국 국채금리 급등 영향에 닷새째 하락한 지난 5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韓, 美 ‘금리 쇼크’ 영향권 들 수도

문제는 미국이 호황이 ‘나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방증으로 나타난 국채금리 급등에 신흥국들이 끌려다니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금융 불안이 가시적인 예이며,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않은 처지다. 가뜩이나 미국과 기준금리 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와중에 경기 펀더멘털마저 미국과 차별화할 경우 외국인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리게 되면 기초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증시는 이미 출렁이고 있다. 전거래일인 5일 코스피지수는 6.97포인트(0.31%) 내린 2267.52로 장을 마감했다. 5거래일연속 하락세다. 삼성전자(005930)의 최고 실적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미국발(發) 금리 쇼크가 투자심리를 누른 것이다. 외국인이 5거래일간 팔아치운 국내 주식 규모만 1조4000억원 가까이 된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간 경기 차별화 양상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구조적인 현상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처럼 미국 경제의 회복이 한국 경제의 회복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게 아닌 만큼 경제 선순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골디락스(goldilocks)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물가가 안정적인 가운데 성장도 양호한 경제 호황을 말한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유래했으며, 영국 가디언의 편집장이었던 래리 엘리엇이 이 용어를 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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