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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던 개리 그래포는 16일(현지시간) CNBC에 “사우디는 군비 지출 세계 3위 국가다. 그런데도 이런 종류의 공격을 왜 막아내지 못했는지 말해줘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해 수백억 달러를 국방비로 쓰면서도 드론(무인기)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해야할 것이란 얘기다. 그래포 전 대사는 오만 외에도 사우디와 이라크 미국 대사관에서 고위직으로 일한 적이 있는 중동 전문가다.
스웨덴 비영리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4월 발표한 ‘2018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국방비로 676억달러(약 80조 5000억원)를 썼다. 미국(6490억달러), 중국(2500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특히 사우디는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한 국가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올해 1월 발간한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미국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전 세계 국가에 900억달러(약 107조원)어치의 무기를 수출했다. 이 중 사우디가 약 12%인 106억3900만달러어치를 구매했다. 압도적 1위다.
드론 공격이 성공하면서 가성비 측면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세계 원유 공급의 ‘심장’으로 불리는 아브카이크 원유 생산 시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하루 평균 570만배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가 영향을 받았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 및 원유 시장을 통째로 뒤흔들어놨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국방비 지출에도 드론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당했다는데 놀라워했다. 아브카이크 시설은 지난 2006년에도 차량폭탄 공격을 당한 적이 있는데도 여전히 외부 공격에 취약다는 이유에서다.
컨설팅 기업 래피던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회장은 이번 드론 공격에 대한 사우디의 대응에 “놀랍지 않은 일이었지만 실망했다”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방어하지 못한 사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잘 알다시피 그들은 또다시 같은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사우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주요 시설에 대한 방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이 미사일들이 사우디의 모든 인프라를 확실하게 보호해줄 것이다. S-300, 또는 개량형인 S-400 중 어떤 미사일을 구매할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고도 1000km 이상 날아온 드론 하나 막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에둘러 부각한 것이다.
뉴스위크는 “미국산 방어 시스템이 드론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것을 빌미로, 러시아가 이란에 판매한 것과 똑같은 무기를 사우디에 판매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