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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의 독자 리즈 셔윈이 3월 30일(현지시간) LA타임스 에디터에게 남긴 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주목받는 ‘입’이 등장했는데, 바로 뉴욕주지사인 앤드루 쿠오모(63·민주당·사진 왼쪽)다.
쿠오모 주지사는 동부 뉴욕을 넘어 서부 LA까지 인기몰이 중이다. 뉴욕주(州)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지난 10일부터 매일 진행되는 쿠오모 주지사의 ‘코로나19 브리핑’은 이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에 견주어질 정도로 칭송일색이다.
노변담화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현실을 보장하지 않고 사실대로 전달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 낸 소통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90여년 전 뉴욕주지사를 지냈고, 이때 쌓은 경력을 밑천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4선을 했다.
“날 정치에 끌어들이지 마라”
쿠오모 주지사를 ‘전국구 스타’로 올려놓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뉴욕의 코로나19 확산 사태다. 그의 ‘브리핑’은 최근 미국인들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미 해군의 병원선(船) ‘컴포트’ 호가 뉴욕시 맨해튼에 도착한 이날 쿠오모 주지사는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전역의 전문 의료진에게 요청한다. 보건 위기 상태에 놓이지 않은 지역이라면 지금 뉴욕으로 달려와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재비츠 센터는 1000명 규모의 병상을 갖춘 응급 병동으로 전환했다.
쿠오모 주지사의 진정성과 열정은 미 전역을 주목하게 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대사 등 차기, 차차기 대선후보급 인사들의 칭찬이 이어졌고, 급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대통령 쿠오모’(PresidentCuomo)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이른바 ‘쿠오모 대망론’이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치인 특유의 거만함도 찾기 어렵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쿠오모 주지사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가 ‘졸린 조’(조 바이든)보다 더 나은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치켜세우자 “나는 대통령과의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나의 유일한 목표는 대통령과 파트너십으로 엮이는 것”이라고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파트너’가 돼야 할 때이지 대선 출마로 ‘경쟁자’가 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뉴욕주를 돕는다면 나는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고, 뉴욕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 말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재차 압박했다.
금수저 집안 출신…코로나19 위기이자 기회
쿠오모 주지사는 전형적인 ‘정치 금수저’다. 부친인 마리오 쿠오모는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주지사를 3번이나 지냈으며 대선 경선에도 도전했던 인물이다. 쿠오모 주지사 본인 역시 미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뉴욕주 검찰총장 등을 거쳐 2011년부터 뉴욕주지사로 일하고 있다.
한때 언론인이었다가 민주당 정치 컨설턴트로 변모한 밥 리프는 쿠오모 주지사를 두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일컫는다.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의 여러 선거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치계에 발을 들이는 등 정치 행보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언젠가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무리 금수저라 해도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대권 도전은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쿠오모 주지사가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정확하고 빠른 대응으로 급부상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빠르게 확산세를 억제하고 진정시키는 것으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지난 1918년 스페인독감 유행 이후 최대 난제로 꼽힌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시에서는 911 응급 전화가 쉴새 없이 울려대고 있으며 도시 내 앰뷸런스를 요청하는 전화가 평균보다 50% 많은 6000건에 달한다. 각종 의료품과 인공호흡기는 물론 병상, 영안실도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