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②은행 앞마당 털리고 빅테크 정보는 '반쪽'만

계좌 개설·후불 결제 허용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논란
네이버 계좌로 결제, 송금, 카드대금, 광과금 납부
은행법, 금소법 등 적용 안돼 규제 회피하며 은행 역할
빅테크와 금융지주, 업무범위 및 데이터 공유도 차이
  • 등록 2021-12-16 오전 5:00:00

    수정 2021-12-16 오전 5:00:00

[류창원 하나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노희준 기자] A카드사 대표는 3년 마다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프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문제 때문이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전체의 96% 이상인 영세 중소 가맹점에 대해 정부가 우대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빅테크는 회사가 임의로 수수료율을 정한다. 이 결과 네이버(035420)페이는 가맹점 결제액의 1.1~2.5%를, 카카오페이는 0.96~2.24%를 받고 있다. 카드사의 올해 수수료율(0.8~2.06%)보다 훨씬 높다.

포털·검색·메신저 등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하는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디지털 게이트키퍼’(문지기)인 빅테크의 금융 진입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이 ‘디지털 독점’에서 나오는 막강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금융에 손쉽게 접근하고 있어서다. 카드수수료 문제처럼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상대적으로 헐거운 규제를 받고 있어 ‘소비자 보호’ 피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라이센스 없는 은행’…소비자 보호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에 ‘종합지금결제사업자’ 자격을 부여해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빅테크들은 그간 금융회사만 할 수 있었던 자체 계좌 발급과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금융업 라이센스가 없는 유사 은행과 카드사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먼저 전금법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되는 ‘종합지급결제업자’는 이용자 계좌를 발행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월급 통장 계좌를 만들고 해당 계좌로 급여를 이체받아 결제, 송금, 카드대금이나 공과금 납부를 할 수 있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보면 사실상의 ‘은행 아닌 은행’이 되는 것이다.

전금법 개정안에서 도입하는 후불결제는 소비자가 온라인쇼핑몰에서 결제할 때 부족분을 나중에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가령 네이버페이에 10만원만 충전돼 있어도 40만원짜리 상품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후불결제는 지금까지 카드사가 신용카드를 통해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였다.

문제는 전금법 개정으로 은행과 카드사와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되는 종합지급결제업자에게 금융권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합지급결제업자에게는 은행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의 엄격한 자기자본 규제나 건전성 규제가 뒤따르지 않는다. 종합지급결제업자는 금융회사가 판매 규제를 어기면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금융회사는 관련 수익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깐깐하게 검증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의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건너뛴다. 빅테크의 금융 진입으로 금융소비자보호나 금융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업을 영위하는 빅테크 그룹과 금융지주회사의 업무범위도 공평하지 않다. 카카오톡과 카카오뱅크(323410)를 모두 운영하는 카카오(035720)그룹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에 들어가면 다양한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이는 카카오와 그 자회사가 금융과 비금융사업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어 가능하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는 카카오그룹과 구조적으로 다를 바가 없으나 금산법에 따라 금융과 금융 관련 업종만 제한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 업무범위의 차이는 데이터의 양과 질의 차이로 나타나 기업가치에서 반영되고 있다. 현재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64조원 수준으로 4대 금융지주사의 시가총액 합산과 맞먹는다. 최근 상장한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도 금융지주사를 뛰어넘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데이터 개방’ 비대칭성 문제 논란

빅테크와 금융회사간 데이터 공유 범위도 차이가 크다. 금융회사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빅테크에 금융거래와 관련된 많은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빅테크는 ‘주문 내역’ 등 전자상거래 내역 데이터가 개인신용정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회사에 제공할 의무가 없다. 업계간 협의를 통해 빅테크도 가전·전자, 도서·문구, 패션·의류 등 12개 항목으로 주문 내역을 제공하지만 정보 공개를 꺼리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대부분 ‘기타’로 분류해 데이터 분석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BIS(국제결제은행)는 2019년 보고서에서 금융회사는 오픈뱅킹 제도 등을 통해 데이터를 개방하는 반면 비금융회사는 금융회사에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비대칭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시너지가 큰 목적인 금융지주사 내에서마저 데이터 공유에 제약이 많다.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공유가 가능할 뿐 마케팅이나 영업 목적으로는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다. 반면 빅테크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개인정보의 마케팅 활용 동의를 받아왔고, 관계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데이터 통합도 어렵지 않다.

해외에서는 핀테크나 빅테크라고 해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데 특별한 우대가 별로 없다. 대부분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한 법체계에서 인허가를 받고 규제도 받는다. 동일한 기능이면 규제도 같아야 한다는 ‘동일기능-동일규제’ 개념도 보편화 돼 있다. 빅테크에 대해서는 과도한 독점력을 막기 위해 규제가 더 가중되고 있기도 하다. 향후 빅테크와 금융회사와 관계는 사업영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모두 금융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신뢰와 자본을 가진 금융회사와 뛰어난 정보역량과 대규모 고객기반을 가진 빅테크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협쟁(Co-opetition)’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를 위한 기본 조건은 경쟁의 룰이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창원 연구위원은....

△ 1994~1998 서울대 공과대학 학사 △ 2001~2003 KAIST 경영대학원 석사 △ 2003~2008 IBK기업은행 △ 2009~2012 테크노베이션파트너스 수석연구원 △ 2012~현재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경영팀장, 금융산업팀장 현)디지털금융유닛 유닛리더 △ 2011년 지식경제부 지식서비스분과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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