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쏠리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하면서 22년째 제자리인 5000만원의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배 가까이 증가한 데다, 은행에 자금은 몰리고 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불안해지고 있어서다. 자칫 금융사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맡겨놓은 예적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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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 정기예금 총 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965조3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이후 지속 증가세로, 지난 5월 800조원을 초과한 데 이어 9월엔 9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른데다, 레고랜드발(發) 부동산 PF대출 리스크로 채권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대출 수요가 증가하자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앞다퉈 수신금리를 인상,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몰린 탓이다.
하지만 지난 21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약 3배 증가하는 등 경제 활동 규모는 크게 증가했지만, 예금자보호 한도는 그대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도를 크게 올린 미국, 일본 등 주요국 대비 초라한 수준이다. 지난 13일 원화 환산 기준 미국은 3억2688만원(25만달러), 일본은 9503만원(1000만엔), 독일은 1억3784만원(10만유로)까지 고객들의 예금을 보호해 준다.
상위 저축은행 12곳 중 9곳 고정이하여신비율↑…“경제 규모·물가 상승률 감안해야”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논의는 단순히 경제 활동 규모가 커지고 은행이 가진 돈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뱅크런(대규모 인출 ) 사태 재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말잔)은 118조6822억원으로 전년 동기(96조751억원) 대비 22조6071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고금리 상품을 찾아 헤매는 ‘금리 노마드족(유목민)’들이 저축은행의 연 6%대 고금리 상품 등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신 잔액 증가가 반갑지 않은 것은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데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년 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성장 및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릴 때가 됐다”며 “추가로 과거 일정 시점의 리스크 기준으로 설정한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도 현 상황에 맞게 조정할 여지가 있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