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한·기업은행에 대형사고가 없는 이유

  • 등록 2014-02-13 오전 6:00:00

    수정 2014-02-13 오전 6:00:00

[데스크칼럼] 신한·기업은행에 대형사고가 없는 이유

조영훈 부국장 겸 금융부장

‘십인수지 부득찰일적(十人守之 不得察一賊)’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살필 수 없다는 말이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 홍만종이 보름만에 완성했다는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우리 전래속담의 하나다.

요즘 금융권을 휩쓸고 있는 ‘도둑질’을 보면서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은 그나마 양반이다. 규정을 어겨 대출을 했지만 실체는 있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국민주택채권 위조는 그야말로 범죄다. 가짜 채권을 만들었기때문이다. 카드사태로 명명된 정보유출 사건은 고객 정보를 훔쳐 팔려고하다가 잡힌 제대로 된 도둑질이다. 1억건에 단련이 됐는지 KT ENS의 ‘3000억원 대출사기’ 소식을 들으면서는 아예 불감증이 생길 정도다. 경제범죄 이득액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한 특경법을 생각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련의 금융사고들로 인해 금융감독당국은 거의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전방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봇물처럼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련의 금융계 사건사고들이 제도가 잘못돼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귀착된다는 것.

은행원은 사위·며느리감으로 혼수시장에서 교사, 공무원과 함께 최고 인기 직종이다. 단순히 급여를 많이 받고 직업이 안정돼 있다는 점 외에도 사회가 요구하는 일정수준 이상의 도덕적인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믿음에서다. 남의 돈을 관리하는 직업이니 ‘선량한 심성’을 갖추었을 것으로 보는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금융사 직원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제부터는 신뢰를 회복하는데 금융사들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련의 사고에서 비교적 안전했던 몇 개의 금융사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2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둔 신한금융그룹이 첫번째 사례다. 신한은 ‘주인의식’과 겹겹히 쌓아놓은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이번 위기에서도 안전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한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내부통제에 대해 불편해도 모두가 공감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업은행에서 사고가 없었던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기업은행은 모든 은행이 노사합의로 없앤 ‘책임자 고시’를 가장 먼저 부활했다. “거래기업 고객 집의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 정도”라고 말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얘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 계열 금융사도 이번 사태의 안전지대다. 최고의 시스템과 그에 맞춘 교육이 금융에서도 ‘삼성’의 진가를 드러낸 셈이다.

사고 금융사들은 필요하다면 책임자 고시부터 부활하자. 업무를 알아야 도둑을 잡을 것 아닌가. 도덕성 교육도 다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인의식부터 확립해야 한다.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은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금융범죄가 점점 더 지능하화되고 대담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금융감독원에도 ‘특별 검사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감독당국 검사역들이 아무리 선수(?)라고 하더라도 진짜 흑심을 품은 선수들보다는 한발 늦을 수 밖에 없다. 금융사 업무에 해박한 베테랑 직원들을 금감원 직원으로 채용하든 파견을 받든 해서라도 새로운 금융범죄 유형을 분석하고 미리 예상해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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