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악순환 끊자]낙하산 '먹튀'에 공공기관 휘청…총선출마로 5곳 공석

지역난방·인천공항·코레일·법률구조공단·공항공사·표준과학硏 등 출마로 공석
정치인 출신 공공기관 임원 2014년 48명서 작년 53명으로
정피아 낙하산 총선 출마 사퇴로 경영공백 악순환
  • 등록 2016-04-18 오전 6:30:00

    수정 2016-04-18 오후 12:25:54

(출처=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낳는 악순환 고리 중 하나가 ‘낙하산 인사’다. 전문성 떨어지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등 낙하산 인사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해당 기관 노동조합의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노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성과급 지급, 복지 확대 등 당근을 제시해 무마하는 과정에서 방만경영의 불씨를 잉태한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소속기관에 불리한 사업을 강행하다 기관을 빚더미에 올려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내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91개 기관 또한 이 같은 위험 앞에 노출돼 있다. 정피아 낙하산으로 인한 방만경영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표적인 곳이 기관장이 총선 출마 등을 이유로 사퇴해 공석인 한국지역난방공사, 인천공항공사 등이다.

정피아 낙하산 총선 출마 사퇴로 경영공백 악순환

한국지역난방공사는 4개월째 기관장이 공석이다. 김성회 전 사장은 작년 말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다. 김 전 사장은 2013년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때 새누리당 공천에서 서청원 현 의원에게 밀려 공천에서 탈락한 뒤 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전 사장은 임기 중 매제와 육사동기 등 측근을 특혜 채용한 의혹으로 국무조정실 조사를 받았고 인사 규정에 없는 고액 연봉 비서를 채용해 물의를 빚었다. 김 전 사장은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관피아에 이은 정피아 낙하산으로 만신창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올해 들어 수하물처리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해 승객들이 수하물을 찾지 못하는 ‘수하물 대란’, 중국인 밀입국 등 대형사고가 잇따랐다. 김석기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이후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직전에는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정창수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갔다가 2014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당시 강원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9개월만에 사퇴해 8개월간 사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월 폭설로 60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제주공항에서 노숙해야 했지만 공항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는 관련 매뉴얼조차 구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숙한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역시 박완수 전 사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직후였다. 김석기 전 사장은 경주시에서, 박완수 전 사장은 경남 창원시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과거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친박계 3선 의원출신이다. 18대 국회에서는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19대 총선 때 불출마 선언 이후 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도로공사는 26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고 하루 이자만 31억원이 넘는다. 도로공사는 전·현직 직원의 친목단체인 ‘도성회’에 수의계약으로 인쇄 업무와 휴게소 운영권을 몰아주고, 통행량 예측 실패로 차량운행이 없는 도로를 건설했다가 작년 국정감사에서 질책을 받았다. 도로공사는 김 사장 취임 이후 인쇄업무 수의계약, 임시운영 휴게소 수의계약을 폐지하면서 이를 개선했다.

정피아 기관장 1년새 24명→28명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올해 낙하산 인사가 잇따라 기관장으로 취임하면 이 같은 폐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3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법이 강화되면서 정피아가 더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 4월 말 기준 국회의원, 의원 보좌관, 정당 관계자 등 정치권 출신은 공공기관 임원 397명 중 48명(12.1%)이었으나 작년 3월 말 53명(13.4%)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피아’ 기관장은 24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국회에서도 낙하산 폐해를 공감하며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지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임원추천위원회가 해당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를 기관장 후보자로 추천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제출했다. 민병두·우윤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임원 자격으로 해당 분야 5년 이상 경력을 명시한 공운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원,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 및 낙선자 등 정치인들의 공공기관 취업을 3년간 제한하는 ‘정치인 낙하산 금지법(공운법 개정안)’을 20대 총선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업무에 문외한인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낼수록 공공기관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20대 국회에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기관장 요건을 구체화해 법으로 정하고 자격 요건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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