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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에 확정된 이후 꺼낸 일성이다. 최 내정자는 “포스코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에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최 내정자는 회사를 통해 밝힌 공식 입장에서 “영광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고도 했다. 권오준 회장 사퇴 표명 후 진행된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의 여러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최 내정자는 앞으로 자신이 왜 연간 매출 60조원, 국내 1위·세계 5위의 글로벌 철강기업의 수장으로 선택됐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룹 신사업 이해도 높아…비철강 확대 적임자
최정우 사장이 낙점된 데에는 철강 이외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는 포스코 이사회의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수행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최 내정자는 권 회장의 철학이나 기조, 신사업 추진 의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권 회장과 함께 그룹의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올 3월부터는 권 회장이 가장 공들였던 2차 전지 등 소재 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생산한다. 포스코는 2차 전지 소재 왕국을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2차전지 소재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내정자는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서 CFO를 맡았고 포스코에서는 가치경영실장을 역임하면서 사업재편을 주도, 포스코 100년 비전의 밑그림을 권 회장과 함께 마련했다”며 “철강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재 등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는 데 적임자”라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선 최 내정자가 비주류(비엔지니어·비서울대 출신)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나친 성과주의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럴 경우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하거나 불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준양 전 회장 때의 과오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있다.
포스코는 정 회장 취임 직전인 2008년 매출 41조7420억원, 영업이익 7조173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연결기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 회장 퇴임 당시 2013년 영업이익이 3조원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정 회장 시절 기업 인수와 해외 자원 사업에 7조원 안팎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당시 36개이던 계열사를 2012년 71개까지 늘렸다. 인수한 기업 상당수는 경영 부진으로 문을 닫거나 포스코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포스코 차기 회장이 풀어나갈 경영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내실경영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6년만에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철강수요 부진,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며 “철강 외 ‘새먹거리’ 발굴도 중요하지만 내실경영에도 힘써 ‘(정준양 회장 시절) 잃어버린 5년’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