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항변 "우리도 땜질식 누진제 완화 싫다"

7일 이사회 "일시 완화해도 결국 국민에 전가돼"
'누진제 완화' 재원 2761억 쟁점, 재정 부담 우려
여론 눈총 받는 한전 "지속가능한 요금 체계 필요"
백운규 장관 "하반기 국회서 근본적 요금제도 개편"
  • 등록 2018-08-08 오전 5:00:00

    수정 2018-08-08 오전 5:00:00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지원 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제4정조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여당이 누진제 한시적 완화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전(015760)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땜질식 개편만으론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하반기에 국회를 통해 주택용·산업용 등 전기요금 체계 전반을 개편하기로 해,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한전 이사회 “전기료 개편 필요”

한전 사외이사 등 임원들은 7일 전기요금 약관 시행세칙 개정안을 논의한 이사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올해는 폭염이라서 어쩔 수 없지만 매년 한시적 완화가 반복될 수 없다. 단기적인 땜질식으로 가면 일부는 덕을 보겠지만 결국 전체 국민에게 부담이 다시 전가된다. 전체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정협의를 열고 7~8월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누진 3단계의 1, 2, 3단계 구간을 각각 100㎾ 높이는 방식이다. 이 결과 1512만 가구에 2761억원의 주택용 전기요금이 인하된다. 월평균 1만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인하 요금이 늘어난다.

문제는 재원 부담 방식이다. 정부·여당은 “소요되는 재원에 대해서는 재난안전법 개정과 함께 재해대책 예비비 등을 활용해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한전이 먼저 비용을 부담하고 나중에 법안(재난안전법)이 통과되면 한전에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지원 방안으로는 △에너지특별회계를 통한 지원 △재난안전법 개정 후 관련 예산 사용 등이 거론된다.

전기료 할인 2761억원..결국 세금 부담?

올해 누진제 한시적 완화를 위한 전기요금 지원액은 박근혜 정부 2015년과 2016년 지원액의 평균 수준이다.[출처=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하게 되면 깎아준 전기료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결과가 된다.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 때문에 벌어진 사태인데 결국 국민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여당이 발표한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지원 대책’의 실상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조경태)”이라는 야당 비판도 제기된다.

한전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여론의 눈총에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이 기회에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 전반을 놓고 논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시적 완화 방식이 아니라 전기요금 체계 전체를 다 갖고 놓고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도록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경부하 요금(심야 전기요금)은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1차 에너지를 쓸 수 있는데 전기로 쓰는 것이 무엇인지 전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식의 전기 소비행태는 분명히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주택용보다 낮은 단가인 산업용 경부하(오후 11시~오전 9시) 요금 개편 △원가 이하의 농업용 요금 개편 △원료 가격에 요금을 연동시키는 연료비 연동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한전의 전기요금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 한전이 약관 개정안을 만들면 산업부 장관(백운규)은 기획재정부 장관(김동연)과 협의를 거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산업용에 누진제를” Vs “누진제 폐지를”

그러나 개편 방식에는 이견이 큰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은 7일 논평에서 “올 여름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행위는 여전했고, 산업 시설에 대한 수요관리 대책은 작동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산업용과 일반용에 대해서 누진제에 준하는 수준의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에어컨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을 정도”라며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냉난방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를 통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국회에 에너지특별위원회가 상설위원회로 개설됐다”며 “국회와 상의해 전기요금 전반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근본적인 제도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용 경부하에 따른 문제의식은 항상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산업계에서 충분히 감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전기요금제로 개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이번 누진제 한시적 완화 대책으로 하루에 에어컨을 5시간 쓰던 가구의 전기료가 14만2420원에서 12만1130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한전의 당기순손실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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