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대단할 것 없는 대단한 그들이 왔다…최석운 '지하철'

2018년 작
'시대 풍속화가'가 끌어낸 보통사람들
평범한 일상의 풍경 비범하게 옮겨놔
겹침없는 색 입혀 겹침없는 인생 은유
  • 등록 2020-03-28 오전 12:20:00

    수정 2020-03-29 오전 10:05:18

최석운 ‘지하철’(사진=갤러리나우)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단 앉고 보는 노상의 나무의자. 그 자리를 차지한 네 사람이 있다. 순서를 기다리는지 차를 기다리는지 알 순 없지만 기다림의 긴장감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맹맹한 표정으로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으니. 애정행각에 빠진 커플이 옆에 있든 없든.

그런데 신기한 노릇이다. 이 풍경을 ‘지하철’(Subway·2018)(안 혹은 대합실)이라 하겠다고 하니. 작가 최석운(60)의 눈이 말이다.

‘시대의 풍속화가’ ‘익살의 그림꾼’로 불리는 작가는 뭐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의 풍경을 뭐가 있는 듯 화면에 옮기는 각별한 재주가 있다. 말 기구에 올라탄 여인, 달빛 아래 쭈그린 남자, 여행지의 가족, 돼지 안은 남자 등등을 사각프레임이 꽉 차게 들여놓는 거다.

그 소소한 장면에 의미를 심은 건 색이다. 주황 셔츠를 입은 아주머니에겐 옥색 가방을 들리고 보라색 신발을 신겼다. 남자의 무릎에 턱 걸터앉은 여인에겐 푸른 원피스에 흰 구두를, 분홍 셔츠 아저씨의 양말은 초록색으로 골랐다.

결국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 인생을 어느 하나 겹치지 않는 컬러로 대신 읽은 건 아닐지. 치열한 부조화로 압축한 공허한 삶의 조화. 어차피 이 시대의 풍속화가 그렇지 않은가.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화려한 풍경’(Splendid Scen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53×195㎝.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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