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고육지책이라는 혹평이 더 많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돈줄을 조였다가, 눈 앞의 금융시장 대혼란을 막고자 다시 돈을 푸는 것이기 때문이다. 갈팡질팡 하는 영국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중장기적으로 파운드화 가치는 더 고꾸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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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 무한정 장기국채 매입 결정
2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BOE는 이날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다음주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던 장기국채 매각을 다음달 말까지 한 달간 중단하는 동시에 필요한 만큼 제한 없이 장기국채를 다음달 14일까지 다시 매입하기로 했다. 이번 국채 매입은 영국 재무부가 전액 보상한다.
앞서 영란은행은 최근 두 차례 연속 50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이와 함께 최근 10여년간 지속했던 양적완화(QE)를 끝내고 장기국채를 팔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자 돈줄을 조이겠다는 의지였다.
BOE는 이날 시장 개입을 두고 “최근 영국과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가격 조정을 예의주시해 왔다”며 “이같은 기능 장애가 지속하거나 혹은 더 악화한다면 영국은 금융 안정성에 있어 중대한 위험을 겪을 수밖에 없고 실물경제 유동성 흐름도 급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국 가계와 기업의 신용 상태가 악화하는 위험을 미리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뒤죽박죽 통화정책”…비판론 커
BOE의 깜짝 카드에 시장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파운드당 1.0915달러까지 상승했다(파운드화 강세·달러화 약세). 파운드·달러 환율은 근래 1.03달러대까지 폭락했다. 미국 뉴욕 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는 모처럼 반등하고 있고,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 이상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일뿐이라는 비판론도 많다. 돈을 풀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 당장의 위기는 넘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영국을 향한 투자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BOE가 QE라는 ‘라라랜드’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낮아지는 금리, 혼란스러운 시장, 우스꽝스러운 개입, 왜곡된 자산 배분 등으로 출구를 찾기 더 어려워진다”며 “(이번 조치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해야 하는 일과 반대인 만큼 정책 일관성 결여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투자은행(IB)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분석가는 “BOE가 정책을 뒤죽박죽으로 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정책 선회를 꺼리는 정부가 완강히 버티고 있는데 대한 좌절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새로 출범한 영국 정부가 정치적인 타격을 염려해 감세안 철회를 주저하자, 중앙은행인 BOE가 대신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앤드루 그리피스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정부의 감세 정책은 옳다”며 “영국 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쿼지 콰텡 재무장관의 사임을 포함한 ‘감세안 유턴’은 없다는 의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