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자의 현장토크]저축은행보다 큰 강남 사채왕 "12월엔 코스닥 기업 문전성시"

  • 등록 2013-12-19 오전 6:00:00

    수정 2013-12-19 오후 12:23:09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제가 사채를 하고 있지만 고객 중에 뭘 막으려고 사채를 쓸 생각이면 차라리 터뜨리라고 말합니다. 언 발에 오줌주기 식으로 사채를 쓰면 언젠간 더 크게 망하게 돼 있습니다.”

18일 서울 강남의 모 커피숍에서 소규모 저축은행보다 더 크게 사채를 운영하는 A씨를 어렵게 섭외해 만났다. 금융권 대부계 출신인 그는 뛰어난 영업력을 발휘하면서 아예 대출모집인 독립 법인을 차려 나왔다. 젊은 인상의 그는 영화에서 나오는 사채업자와 달리 말끔하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솔직히 개인 소액 대출은 잘 하지 않습니다. 10명에게 빌려주면 2명은 꼭 사고를 치고, 개인에게 떼인 돈을 받으려면 험한 꼴을 봅니다. 차라리 법인영업이 깔끔하죠.”

그가 운영하는 사채의 규모는 웬만한 저축은행을 뛰어넘는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 사채대출을 잘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A씨는 개인들이 주로 사채를 쓰는 이유에 대해 묻자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이 카드빚 때문에 사채를 쓴다”며 “성형을 하려 사채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예쁜 여자들을 보면 어느 술집에서 일할까, 어느 성형외과에서 고쳤을까 등의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런 업종에 종사한 사람을 워낙 많이 겪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12월은 그에게 대목이다. 연말에 재무제표상 유동성을 맞추기 위해 사채를 쓰는 코스닥 업체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위 ‘시재를 맞춘다’는 표현을 쓴다. 현금이 바닥난 코스닥 업체들이 쓰는 수법은 단순하다.

사채를 써서 잔고 증명을 한 뒤 금융당국의 점검이 끝나면 바로 되돌려 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월말 잔액 기준으로 하는 금융당국의 감시가 정밀해지면서 하루 이틀이 아닌 회계감사가 끝날 때까지 한 달 이상 사채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역시도 최근들어 사채시장이 혼탁해졌다고며 혀를 찼다. 정부가 대부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점점 더 음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박을 노리고 뛰어드는 일반인들이 늘면서 불법 대출모집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은행권에 1억원 짜리 주택담보대출 하나를 중개해주면 수수료로 100만원을 받습니다. 사채업계에서 100만원은 돈도 아니죠. 그러다보니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이 쉽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이 판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결국엔 사고를 치고 쪽박을 차게 됩니다.”

그는 요즘엔 일부러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장이 상황이 안 좋은데 괜히 일을 크게 벌려봤자 오히려 화를 입는다고 했다. 상황이 나쁠 땐 가만히 있는 게 차라리 돈을 버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돈 놓고 돈을 버는’ 그의 재테크 수단은 의외였다. 그는 테마주 등 정보를 활용한 스몰캡 주식 투자로 수익을 냈다. 하지만 그는 ‘무주식이 상팔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식 투자는 안 써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으로 하라고 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주식은 진짜 여유 자금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최소 6개월 내에 쓸 돈으로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손해보고도 다른 것으로 만회할 수 있을 때 주식을 하라고 조언하죠.”

특히 그는 “일반 직장인들은 처음에 주식으로 돈을 벌면 생업을 멀리한다”며 “본업에 충실해야 할 직장인들이 일 안하고 매일 주식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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