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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양적완화(QE)에서 양적긴축(QT)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대전환’은 우리 경제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당장 금융시장부터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장은 심리라고 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중앙은행의 보유자산 축소는 그 자체로 불안감이 불안감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 채권물량이 많아지면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게 상식인데, 공포감이 꼬리를 물어 변동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시장은 ‘탠트럼(채권 발작·금리 급등) 트라우마’의 경험이 있다.
이런저런 분석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산시장으로 돈이 몰렸고, 특히 채권시장에 껴있던 버블(거품)이 일순간 폭락한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예고된 충격’이었다는 얘기다.
지난 2008년 양적완화의 본격화 이후 탠트럼은 상시화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2013년과 2015년 각각 ‘테이퍼(긴축) 탠트럼’과 ‘분트(독일 국채) 탠트럼’ 쇼크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덮치고 있다. 원화 채권에 대한 투자 매력도 떨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북한 리스크가 심화되면 준안전자산으로 여겨진 원화 채권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금리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는 이미 최대 뇌관으로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말 ‘트럼프 탠트럼’ 때도 은행 대출금리가 곧장 올라, 가계가 원리금 상환 부담의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정책당국이 가장 염려했던 지점이다.
가계부채 폭탄이 터지면 실물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민간소비를 급격히 줄일 게 뻔하고 건설경기도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