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되면?…누명 쓴 김씨 경찰수사로 끝낸다

검찰에 보완수사·불송치 결정 재수사 요구권 등 부여
간접 사법통제권 검찰에 남겨둬…영장청구권도 유지
경찰 영장기각 이의신청·검찰 징계요구권 실효성 의문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 거의 인정해줘" 비판도 제기
  • 등록 2018-06-22 오전 5:00:00

    수정 2018-06-22 오전 8:41:55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담화 및 서명식에서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신상건 노희준 기자]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김모(26)씨는 억울하게 절도 누명을 쓰고 고생을 했다. 가게 주인이 일일 결산 중 계산이 맞지 않는다며 김씨를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김씨는 폐쇄회로(CC)TV 분석 등 경찰의 조사를 받은 뒤 ‘불기소(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김씨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김씨는 경찰에 이어 검찰에도 출석해 동일한 진술을 반복해야 했다. 검찰은 재조사 끝에 결국 무혐의 판정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

앞으로 김씨처럼 경찰에게서 범죄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면 검찰에 출석해 또 다시 조사를 받는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게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줬기 때문이다.

警, 명분상 ‘수사자율성’ 확보…실제론 상당한 통제

정부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수사권 조정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차에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명시적으로 국민인권 강화와 기관별 균형찾기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경찰에 일반사건 수사를 개시하고 자체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을 줘 ‘무혐의’를 받은 사람이 검찰에서 또 조사를 받지 않도록 한 게 눈에 띈다.

정부가 이번 조정안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검찰과 경찰의 기존 틀을 뒤집고 ‘상호 협력관계’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검경의 상호 협력 관계 설정을 위해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 자율성을 크게 주고 검찰의 송치 전 수사지휘권을 폐지했다. 명분은 국민 인권보호를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는 시민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중복수사’ 문제에 대한 답을 이번에 내놨다. 피의자가 경찰에서 수사를 받고 혐의 없음 등으로 검찰 불송치 판단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경찰에서 무혐의를 받아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검사의 최종 처분을 기다려야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법무부 장관·행정안전부 장관·검찰총장·경찰총장 등과의 오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왜 국민들이 똑같은 내용을 갖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다. 이건 국민의 인권침해고 엄청난 부담”이라며 중복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경찰의 권력이 비대화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지방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권력의 분산이라는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또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권과 인권침해·법령위반 등 수사권 남용 때 시정조치 및 징계 요구권 등 별도의 사법통제 방안도 검찰에게 쥐어줬다.

검찰은 특히 경찰의 사건 불송치 결정에 문제있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이해관계인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만이 있으면 담당 경찰서장에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등을 검찰이 반려했을 경우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통해 다시 한번 검증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수사권 균형 맞추기 급급해 실효성 놓쳤다는 지적도

하지만 이번 조정안이 검경 수사권 조정 균형 맞추기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효성 부분은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경찰이 검찰의 영장 기각을 문제삼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됐지만 고등검찰청에 산하에 있는 기구가 일선 지방검찰의 처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직접 징계권이 없기 때문에 경찰청장 등에게 해당 경찰의 직무배제와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에 대해 “(경찰이) 국가공무원법상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며 “검찰이 직무 배제를 하면 수사에서 해당 경찰을 빼는 것이어서 훨씬 더 강력한 통제권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이 부패·경제·금융 및 증권·선거 등 이른바 ‘특수사건’과 그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도 일반 형사사건은 경찰이, 사회적 관심이 큰 대형사건은 검찰이 각각 맡는다는 점에서 검찰로선 직접수사 범위가 크게 줄지는 않은 것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제도의 변화를 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검찰개혁의 취지에선 많이 미흡하고 아쉽다”며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에선 기득권을 거의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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