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25시]한국당이 연출한 ‘조폭영화’의 결말은..

지방선거 참패로 한국당 계파 다툼 '부활'
성공한 느와르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21일 의총에서 계파간 갈등 '최고조'이르러
하반기 원구성 무기한 연기..민생은 '뒷전'
  • 등록 2018-06-24 오전 6:00:00

    수정 2018-06-24 오전 9:20:21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후 국회에서 5시간 넘게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후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한국식 느와르를 표방하는 영화 ‘신세계’는 보스의 유고 상태로 포문을 엽니다.

국내 최대 범죄조직인 골드문 회장 석동출(이경영 분)이 사망하자 본격적인 후계자 전쟁이 시작되는데요. 서열순위 2위 장수기(최일화 분), 3위 정청(황정민 분), 4위 이중구(박성웅 분), 그리고 경찰 신분으로 조직에 잠입해 정청의 2인자로 성장한 이자성(이정재 분)이 조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입니다.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피도 눈물도 없는 세력다툼이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사실 느와르의 고전으로 꼽히는 ‘대부’, ‘무간도’ 등에서 숱하게 반복돼온 설정입니다.

보스의 부재로 인한 차기 권력다툼.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지 않습니까. 최근 자유한국당의 상황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6·13 지방선거에 역대 최악의 참패로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난 뒤 해묵은 계파다툼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라는 성토부터 “목을 친다”는 섬뜩한 메모도 나왔습니다. 결국 차기 당권을 노리는 ‘헤게모니’ 싸움의 일환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성공한 느와르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골드문은 3개 조직(재범파·제일파·북대문파)의 연합체입니다. 공교롭게도 친박·비박·초재선 의원 등 세 그룹이 움직이고 있는 한국당과 묘하게 겹칩니다. 친박계(親박근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와해됐으나 최근까지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숫적으로 우세합니다. 비박계는 바른정당 복당파를 중심으로 한 친이(親이명박)계로 이뤄집니다. 초재선은 가장 계파 색이 옅지만 박근혜 정부시절 공천받은 전례로 미뤄볼 때 ‘친박’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입니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로 정당성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친박계는 공개적으로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박계는 ‘김 권한대행의 사퇴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의원총회는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습니다. 당의 쇄신과 재건을 위해 소집된 회의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계파간 이견만 폭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박성중 메모’를 둘러싸고 친박·비박계의 말폭탄이 이어졌다는 전언입니다. 비박계 박성중 의원이 스마트폰에 ‘친박·비박 싸움이 격화된다. 친박 핵심 인사가 모인다. 적을 본다. 목을 친다’는 메모가 공개되며 친박계가 격노했습니다. 해당 메모에 ‘친박’으로 분류된 김진태 의원은 “계파갈등을 조장했다”고 반발했고 일부 의원들도 박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회의 중간에 나온 정양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의원의 메모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서로 간) 감정적 골이 깊은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한 바 있습니다.

영화는 공식 후계자 라인이 아닌 경찰출신 이자성이 골드문을 장악하면서 끝납니다. 이자성은 자신의 보스인 정청을 제거하면서 1인자 자리에 올라섭니다. 이사진 회의장에서 회장 후보로 단독 입후보하는 엔딩 장면이 압권입니다. 멋진 수트를 입고 당당하게 회의실로 입장하는 이자성의 모습은 꽤나 스타일리시합니다.

한국당이 연출한 조폭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아시다시피 현실은 영화가 아닙니다. 제1야당 한국당이 세력다툼에 몰두하는 사이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책임을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김 권한대행은 원내대표를 겸하고 있지만 주요 업무에 해당하는 ‘원(院) 구성’ 협상은 기약없이 미루고 있습니다. 원구성이란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을 정당 별로 배분하는 일을 뜻합니다. 다시말해 원구성 협상 없이는 국회가 일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셈이죠. 이처럼 국회가 공회전하는 가운데 민생 논의를 위한 골든타임도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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