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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범죄조직인 골드문 회장 석동출(이경영 분)이 사망하자 본격적인 후계자 전쟁이 시작되는데요. 서열순위 2위 장수기(최일화 분), 3위 정청(황정민 분), 4위 이중구(박성웅 분), 그리고 경찰 신분으로 조직에 잠입해 정청의 2인자로 성장한 이자성(이정재 분)이 조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입니다.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피도 눈물도 없는 세력다툼이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사실 느와르의 고전으로 꼽히는 ‘대부’, ‘무간도’ 등에서 숱하게 반복돼온 설정입니다.
보스의 부재로 인한 차기 권력다툼.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지 않습니까. 최근 자유한국당의 상황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6·13 지방선거에 역대 최악의 참패로 홍준표 전 대표가 물러난 뒤 해묵은 계파다툼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라는 성토부터 “목을 친다”는 섬뜩한 메모도 나왔습니다. 결국 차기 당권을 노리는 ‘헤게모니’ 싸움의 일환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성공한 느와르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모습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골드문은 3개 조직(재범파·제일파·북대문파)의 연합체입니다. 공교롭게도 친박·비박·초재선 의원 등 세 그룹이 움직이고 있는 한국당과 묘하게 겹칩니다. 친박계(親박근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와해됐으나 최근까지 권력의 핵심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숫적으로 우세합니다. 비박계는 바른정당 복당파를 중심으로 한 친이(親이명박)계로 이뤄집니다. 초재선은 가장 계파 색이 옅지만 박근혜 정부시절 공천받은 전례로 미뤄볼 때 ‘친박’에서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21일 의원총회는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습니다. 당의 쇄신과 재건을 위해 소집된 회의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계파간 이견만 폭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국당이 연출한 조폭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아시다시피 현실은 영화가 아닙니다. 제1야당 한국당이 세력다툼에 몰두하는 사이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책임을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김 권한대행은 원내대표를 겸하고 있지만 주요 업무에 해당하는 ‘원(院) 구성’ 협상은 기약없이 미루고 있습니다. 원구성이란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을 정당 별로 배분하는 일을 뜻합니다. 다시말해 원구성 협상 없이는 국회가 일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셈이죠. 이처럼 국회가 공회전하는 가운데 민생 논의를 위한 골든타임도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