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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선 고용시장 자체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통계청은 15세 이상 인구를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누는데 취업자와 실업자는 모두 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간다. 취업에 성공하지 못해 실업 상태더라도 구직이라는 경제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미치기 전인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고용시장에서 경제활동인구는 늘고 비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었다. 구직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정부 공공일자리 정책 영향 등으로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면서 실업자는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3월에 이어 지난달엔 반대로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었다. 지난달 경제활동인구는 55만명 줄고 비경제활동인구는 83만1000명 늘었다.
이는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6월 이후 각각 최대로 줄고, 최대로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실업자가 감소하고 실업률도 떨어졌지만, 이는 구직 자체를 포기하면서 사람이 늘어난 영향인 만큼 긍정적 지표가 아니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단순히 ‘쉬었다’고 응답한 인구는 43만7000명(22.2%) 늘어난 240만8000명이었다. 특히 취업할 수 있었지만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는 등의 이유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구직단념자가 61만1000명으로 4월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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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취약계층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먼저 세대별로는 청년층 피해가 컸다.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포인트 감소한 40.9%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지만 청년층에서 유독 감소 폭이 컸다. 청년층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6.6%로 관련 지표를 작성한 2015년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에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실업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아예 비경제활동인구로 대거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비경제활동인구는 22만4000명 급증한 604만명으로 지난 2011년 9월(25만1000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육아를 선택한 비경제활동인구는 122만3000명으로 지난달 증가 폭(5만5000명)이 지난 2015년 4월(6만6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컸다.
이와 함께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는 임시·일용직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임시근로자는 58만7000명(12.0%) 감소해 1990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일용근로자 역시 19만5000명(13.7%) 감소하며 지난 2016년 5월(27만1000명) 이래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이 역시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이미 최악 기록을 세웠지만 5월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가 고용지표는 경기 상황을 뒤늦게 반영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손쓰기 어려운 수출 악화가 이어지고 제조업과 운송업 등 산업 전반으로 고용 충격이 퍼질 것”이라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5월엔 고용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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