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손병두 이사장 "코스닥 대형기술주 등 인센티브 추진"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취임 115일
코스피 요건 시총 1조원 완화 코스닥 패싱될라
기술특례상장 간소화 등 제도개선 카드 만지작
  • 등록 2021-04-14 오전 5:30:00

    수정 2021-04-14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재은 이지현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겠습니다. 간만에 찾아온 호기가 사라지지 않게 노력해보겠습니다.”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는 손병두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의 빨강 넥타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색무취 30년 ‘늘공(늘 공무원)’을 거친 그로선 상당히 튀는 색상이다. 늘공에서 민간으로, 그의 희망대로 100조원 자본시장과 함께 호흡하게 된 거래소 이사장이 원래 제자리인 것 같다.

“갑자기 외부에 나가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해요. 그래서 빨간색 넥타이는 늘 사무실에 하나 더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증시에서 빨간색은 상승을, 파란색은 하락을 의미한다. 그래서 증권맨은 붉은 계열의 넥타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오르기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재치 있게 답한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 가끔 주황색이나 노란색 넥타이를 하기도 하지요(하하).”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취임 이후 증시 열기 후끈…불법 감시 강화

시장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취임 이후 증시는 기록을 다시 썼다. 손 이사장이 취임한 지 나흘만인 지난해 12월 24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 2800선을 넘어섰고, 2주 만인 새해 첫날 2900선을 뚫었다. 그리고 사상 첫 3000선 등정에 성공했다. 한국거래소가 개장한 1956년 3월 3일 이후 65년 증시 역사상 최초다.

손병두 이사장은 “시장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모처럼 찾아온 호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공정시장 확립이다. 그동안 금융정책 당국에서 이 분야를 총괄했다면 이제는 시장 최일선에서 관련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선 5월 3일 부분재개를 앞둔 공매도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그는 “최근 불법공매도 적발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잘 구축된 것으로 판단했다. 불법 공매도 처벌도 강화돼 공매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불식시키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봤다. “공매도를 재개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이 망가졌다, 졸속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형주에 대한 부분 재개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판단 배경에는 현재 시장에서 제기되는 호재와 악재가 반영됐다. 호재는 기업 실적 개선, 백신에 따른 경제 정상화 등 손에 잡히는 것이고, 악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 유동성 축소 우려 등 상대적으로 센티멘트(투자심리)와 연결된 것이다. 설령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 급격한 인상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화자금과장을 거친 손 이사장의 판단이다.

공모주청약 제도 손질 필요한 이유

최근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공모주 청약에 대한 제도에 대해선 큰 흐름에서 과도기를 거치는 것으로 판단했다.

카카오게임즈(29349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상장 당일 ‘광클(빠른 클릭)’로 불린 교보증권의 대량매수가 화제가 된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일부 투자자가 신규상장일 체결수량(87만6189주)의 50∼70% 내외를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첨단IT 기법이 동원됐다, 특별 주문회선을 사용했다는 등 투자자 사이에 여러 가지 억측이 나오기도 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에 대해 손 이사장은 “교보증권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제도 보완을 고민하고 있다”며 “신규상장 종목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공모주 청약배분 제도를 ‘100% 비례’에서 ‘50% 균등+ 50% 비례’로 손질했다. 이후 더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청약시장이 더 혼탁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공모주 청약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투자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제도개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좋을 땐 괜찮겠지만 안 좋을 땐 이 제도가 독이 될 수 있다”며 “결국엔 미국처럼 공모주는 기관 위주의 시장으로 갈 것이고, 그땐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상장 준비기업 다시 韓 상장으로 선회

최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코스닥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몸집을 키워 코스피로 직상장을 하려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미국에서의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손 이사장은 “당초 취지대로 코스닥이 유지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 과정에서 코스닥 기업이 상대적으로 역차별받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은 애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취지로 나스닥시장을 모델로 개설됐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되레 상장유지 조건 등을 더 강화했다. 예컨대 4년 연속 개별 영업적자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지만, 코스피는 적자기간과 무관하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최근 코스피 상장 요건을 시총 1조원으로 완화하면서, 덩치만 되면 코스닥보다는 코스피 선호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 이사장은 “대형 성장 기술주 등(코스닥 상장 혹은 상장예정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아직은 너무 초기 단계라 거론하기 어렵지만, 관련해 다양한 것을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미래성장형 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심사프로세스 개선,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간소화 등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으론) 현재 2곳 이상 복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술성 평가를 한 곳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많은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우리 증시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이 예비심사를 청구한 데 이어 카카오페이도 오는 6월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 기업들과 만나 국내와 해외 상장의 장단점을 설명했다”며 “객관적 사실을 잘 전달해 기업이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요약된 각오를 묻자 돌아온 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래된 오명이 해소되고, ‘코리아 프리미엄’이란 새로운 상표(명품 브랜드)가 붙여지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한국증시를 더 매력 있는 시장으로 레벨업 하는 데 주력하겠다.”

◇ 손병두 이사장은

△1964년생 △서울 인창고 졸업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행시 33회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외화자금과장·G20기획조정단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사무처장·부위원장 △현 제7대 한국거래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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